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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un 01. 2022

해방 좀 되셨나요? 『나의 해방일지』리뷰 (스포O)

올해 가장 좋았던 드라마, 그 드라마의 좋은점 아쉬운 점 솔직 리뷰

16부작인 나의 해방일지가 끝이났다.

 『나의 해방일지』는 보면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볼 때처럼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대사 하나하나와 장면 하나하나에 감탄했다. 

몇몇 대사들은 아직도 소중한 말들처럼 가슴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평범하고 염세적인 직장인들이 나오는 이야기라 더 공감이 갔다.

드라마가 마치 독립영화 한편을 펼쳐놓은 것 같아서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것 같다.

그만큼 인상적인 사건이나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등장인물과 대사의 맛이 매력적인 드라마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마지막인 14~16화는 아쉬웠다.

과연 드라마를 보고 해방이 되었나?ㅎㅎ 리뷰를 적어본다.


※스포주의 : 이 글은 나의 해방일지 결말과 내용이 많이 포함 되어 있어요


나의 해방일지 스토리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항상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도,

몸은 움직여주지 않고, 상황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지리한 나날들의 반복.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말도 못 한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


해방. 해갈. 희열.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있던가?

‘아, 좋다. 이게 인생이지.’라고 진심으로 말했던 적이 있던가?

긴 인생을 살면서 그런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다가는 게 인생일 리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혹시 아무것도 계획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 보면 어떨까?

혹시 아무나 사랑해보면 어떨까?

관계에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기에 이렇게 무기력한 것 아닐까?


시골과 다를 바 없는 경기도의 끝,

한 구석에 살고 있는, 평범에서도 조금 뒤처져 있는

삼남매는 어느 날 답답함의 한계에 다다라 길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각자의 삶에서 해방하기로!


스토리 자체가 완전... 공감가는 내용이다. 

지지부진한 인생... 해방감 없는 삶 ㅠㅠ


좋았던 점


1.해방, 추앙 전에 없던 독특하고 섬세한 대사들


대사가 정말 좋다. 대사맛집이다. 뒤쪽에 좀더 풀어쓰겠지만

"날 추앙해요"는 "우리 사귀어요"나 "사랑합니다"의 몇백배의 효력을 가졌다.

추앙이라는건 단순한 좋아함이 아닌 서로를 구원해주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느낌이었는데 그 신성함이 여타의 로맨스와 달라 신선했다.



2. 매력적인 인물들

염기정, 염미정, 염창희 모두 굉장한 자기객관화가 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들은 평범하지만 각자 재기발랄하고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래서 주변에 있을법해서 공감이 간다.

그런 와중에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를 구씨가 나타나고

구씨로 인해 다들 조금씩 변해간다. 

구씨도 뭐 알콜중독자에 거지같은 행색으로 다니는데 

(염미정의 말로 "서울역에서 줏어온것 같은 남자친구")

이런 주인공이 어디있는가.. 근데 괜히 궁금하고 신경쓰이고 그래..


아쉬운 점

 

1. 마지막 3화에서 느낀, 지극히 현실적이고 반전없는 결말

꼭 어머님은 그렇게 보내셔야 했나요..ㅠㅠ

어머님의 장례 스토리로 한화가 가고, 아버지가 재혼하고

풍을 맞아서 몸이 안좋아진 스토리는 

삼남매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것 같았지만 너무 처절했다.

삶의 시기에 부모님과의 헤어짐이 갑작스레 온다는것도,

커다란 영향이라는것도 알지만 염세적인 전체 분위기에 

풍파까지 끼얹어진것 같아 속상했다.


2. 정말 인물들은 해방되었는가? 마지막에 느낀 캐릭터 변화

구씨는 산포에서는 들개 같았다가, 서울에서는 대형견 같아진다.

그전에는 "추앙"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미정이를 보고 "정말 좋다"라고 했는데

그전까지의 임팩트가 없고.. 캐붕 아닌가 싶었다....더 센 대사를 하는데

더 강렬한 감동이 없었다.왜이렇게 그가 갑자기 약해졌고, 무너졌는가 싶었다. 

단순히 어머님의 장례이후 오랜만에 만났다고 해도 그들 사이엔 시간밖에 없었는데..


용광로 같던 거침없던 염미정은 전기난로처럼 안정적이여졌다.

온화하고 따스해졌는데, 남을 환대할 줄 아는 자족하는 느낌으로 변했다.


탬버린 (?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시끄럽고 발랄한) 같던

염창희는 풍경처럼 조용해졌다. 꿈을 찾은것도 같지만 재기발랄이 더 좋아서 아쉬웠다.


용감한 염기정은 떨어진 꽃처럼 고요해졌다


각자의 인물이 나이를 먹고, 서울에 적응하고 사랑에도 방법을 찾아가지만

해방이 순응으로 표현되는것만 같아서 다소 아쉬웠다.


기억에 남는 장면


1. 창희가 구씨를 추앙하게 되는 멀리뛰기 장면

저 사람 과거에 뭣 좀 있었겠는데? 하는 기대감이 보여져서 좋다


2. 창희가 구씨 차를 고장낸걸 들켜 도망가는 장면

차에서 해방되는 장면히 굉장히 많이 나온다. 

주차를 못해서 곤란하거나, 차를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거나

서로 추격씬 하는 장면이 재밌었다. 

생각해보면 그만큼 둘의 티키타카는 참 좋았는데 

결말까지 둘은 만나지 못한다. (이것도 왜일까요.. ㅠㅠ)


3.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구씨가 매일 설레는 장면 5분을 카운팅 하던 와중

편의점에서 술을 사고 나오다가 동전을 떨어뜨렸는데

동전은 하수구에 떨어지지 않고 멈춘다. 이후 구씨는 사온 술을 마시지 않고

노숙자 옆에 둔다. 사소한 행운이 알콜중독을 극복할 힘을 주는것.

매일 행복한 일을 찾아 한발씩 한발씩 나가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기억에 남는 대사

좋은 장면이 많았는데, 다 찾을수가 없어서 나무위키에서 가져왔습니다.

  

1. 현아가 미정이에게 하는 말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하는 것 같아.”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말로 사람 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 거야. 내가 하는 말 중에 쓸데 있는 말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알아? 없어, 하나도. 그러니까 넌 절대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정도를 걸을 자신이 없어서 샛길로 빠졌다는 느낌이야. 너무 멀리 샛길로 빠져서 이제 돌아갈 엄두도 안 나.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귀해.”

2. 추앙의 시작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에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3. 해방클럽의 명 수칙

"행복한 척 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 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나를 보겠다."


4. ATM 이야기


창희가 버스 시간이 급하다는 뒷사람에게 ATM에서 돈을 먼저뽑게 양보해주었다. 그 사람이 떠난 후 앞으로 왔는데 그 사람이 5만원이 없어서 인출하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느낀 감정을 현아에게 털어 놓는다.

"5만원이 없는그 사람보다 내가 낫다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적어도 버스는 놓치지 않았을 거야.

나는 조금 그런 팔자 같아. 가랑비 같은 팔자. 강이나 바다처럼 큰 물줄기가 있는건 아닌데

여러 사람 촉촉하게 하는 것"


5. 5분만 숨통이 트여도 살만합니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법"

재밌게 본 나의 해방일지 안녕~~

아직까지는 올해 기억에 남는 드라마 1위이다

구씨와 미정이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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