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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Oct 03. 2019

혼밥과 소화불량

그래서,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게 제일 편하다.


그녀는 평일 점심시간에

혼자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물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든 채

그동안 밀어두고 못 본 웹툰을 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녀처럼 핸드폰을 하거나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게걸스럽게 햄버거를 먹고

감자튀김을 케첩에 푹, 가득 찍었다.



며칠 전 그녀는 친한 친구와 커피를 마셨다.

관심사가 다른 친구와의 대화는

서로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로 뚝뚝 끊어졌다.

친구는 그녀가 좀 더 미래를 생각하기를,

이성적이 되기를 바랐다.

그녀는 친구가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기를 바랐다.



그들은 오랜 친구였다. 둘은 오랜 시간 함께 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커피포트에서 끓고 있고,

친구는 각얼음이 되어 얼고 있다.


서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그들이기에,

친구도 그러기를 바라기에,

그들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어떤 날 그녀는, 커피포트에서 함께 끓던

수증기 같은 사람을 만났다.

기체 A는 그녀를 칭송했다.

“당신의 물방울이 멋져요.”

그래서 그녀는, 아니 기체 B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멋진 이야기들을 계속 했다.



자신도 모르는 말들,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집에 오자

스스로의 오만스러운 말투에 체한 듯 속이 불편했다.



그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햄버거를 게걸스레 먹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왜 이리 속이 불편할까 생각했다.

 

긴 대화를 나눈 날이면,

종종 자신의 대화를 복기해보고는 했다.

일기장에 적기도 했다.

그녀가 분리하고 나눈 것이,

숨기려고 해도 접었다 펴낸 종이처럼 그 선이 보였을까.


가끔 모르는 것을 잘 아는 척한 것,

오만이 말속에 기름기처럼 배어있었을까.



그런 사소한 말들을 곱씹어 보고 되새김질하는

자신이 우습고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소심하고 좀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해도 실수는 생길 것임을 안다.


그러나 그게 자신의 옹이인 걸 어쩌나,

겉으로는 밝고 낯을 가리지 않지만,

말 하나하나를 꺼내보고

다림질해보고 싶은 게 자기 자신의 천성임을.



그래서,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게 제일 편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먹는 밥과, 술자리는 언제나 만족스러우니까.

햄버거를 혼자 먹어 소화가 손쉬운 하루.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연락 할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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