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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Oct 20. 2019

집에게도 감정이 있다면

방이 안 빠져서, 돈 때문에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보일러 잘 됩니다. 온수도 나오고요”이 말로, 

그녀의 이사가 끝났다.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는 것도 지쳤지만,

이전 집을 빼는 데에도 지쳤었다.

집주인과, 부동산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그전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그녀는 친구와 통화 중 

방이 나가지 않아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했다.

통화 말미에 친구는 

'그래도 우리 거기서 추억이 많았는데'

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말에,

 황급하게 나온 이전 집을 떠올렸다.


이전 집은 역을 나와 5분 정도를 걸어오면 도착하는 곳이었고, 

오는 길에 홈플러스에서 장을 볼 수 있었다. 

걸어와 냉장고에 짐을 넣고, 

밥을 차려서 먹고,

 문화센터로 10분 정도 걸어가,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운동을 하고, 

집에 걸어서 돌아왔다. 

평일의 날들은 그러했다.

 

유튜브나 영화를 보거나, 

글이나 그림을 만들고, 

친구들과 노는 곳이었다. 

혼자도, 여럿이도 함께하고는 했다.

그런 시간들을 가능하게 해 준 고마운 곳이었다.



그 공간도 그녀에게 정이 들었을 수 있는데, 

방이 안 빠져서, 돈 때문에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한 것이 그녀는 미안했다. 

어서 다른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고마웠던 곳으로 간직하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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