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회사 마케터 신입 일지_콜라보 아무랑 해도 될까? 콜라보의 경험
“올봄에 딸기 신메뉴 나올 거잖아 그건 콜라보를 해보면 어떠려나”
팀장님의 제안이었다. 하긴 최근에 콜라보 열풍이 있기는 했다. 곰표는 티셔츠부터 해서 가방, 화장품 등 각종 굿즈가 나왔다. 피자업체와 콜라보를 하기도 했다. 기네스는 투썸과 콜라보를 해서 흑맥주 느낌의 케이크를 만들기도 했다. 많은 브랜드들이 콜라보를 통해 화제성을 끌어 모았다.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면, 각자의 개성을 가진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팀장님은 먼저 콜라보할 만한 브랜드를 서칭 해보라고 했다. 신메뉴는 딸기 케이크와, 딸기 음료였다. 여기에 어떤 브랜드와 함께하면 좋을지, 찾아보라고 했다. 사실 너무 광범위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핫한 브랜드가 한두 개도 아니지 않은가..
우선 자사 제품의 특징을 적어보았다.
딸기 케이크, 딸기 라떼
색감 : 핑크색
타깃 : 2030 여성
제품의 컨셉 : 핑크핑크 달콤한 딸기 파티 à핑크색 소스도 들어가 분홍빛을 살린 음료였다.
제품의 컨셉을 생각해보고 나니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몇 있었다.
A브랜드 : 핑크색 토끼 캐릭터가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음
B브랜드 : 뷰티 브랜드로 핑크색 볼터치가 시그니처 제품임
C브랜드 : 핑크색의 통이 넓은 바지가 인스타에서 인기 게시물로 자주 올라오는 브랜드
이중 3개 업체에게 컨택을 하여 연락을 해보았고, 뷰티 브랜드인 B업체에게서 미팅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B브랜드 담당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희도 안 그래도 올봄에 핑크 볼터치와 신제품이 나오거든요, 거기에 양사의 특징을 녹여보면 어떨까요?”
생각해보니 우리 말고 B브랜드도 콜라보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서로의 목적이 부합한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았다. 부사원은 조심스래 입을 떼었다.
“그리고 이번 콜라보를 통해 저희는 매출 증대가 목표라기보다는, 고객들에게 화제성을 주는 게 목표예요”
(물론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것도 좋겠지만요..)
담당자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A사(우리 브랜드) 진짜 커피로 유명한 거 알고 있어요 저도 A사 딸기 시즌마다 사 먹었어요. 사람들에게 서로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관심을 끄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첫 미팅은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대략적으로 정리된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뷰티 브랜드인 B사에서는 핑크 볼터치가 새로 나오며 딸기 신메뉴의 특징을 녹이고 싶어 한다.
-부사원의 회사인 A사에서도 딸기 신메뉴에 화장품과 콜라보하여 뷰티 브랜드의 특징을 활용하고 싶다.
-매출에 대해서 높은 목표를 잡기보다는, 서로의 인지도를 활용하여 노출이 되는 게 목표
하지만 막상, 콜라보를 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각자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가 아닌 제품이 개발된 단계이다 보니, 양사의 특징을 녹이기에도 한계점이 있었다. 가능한 범위는 아래와 같았다.
-B사 핑크 볼터치, 파우치 : 패키지에 A사에 딸기 음료 색상을 넣을 수 있다. A사 로고도 넣을 수 있다.
->핑크 볼터치나 파우치에 A사 음료의 향을 넣거나 제품 자체에 느낌을 내기는 불가능, 가능한 범위 패키지
-A사 딸기 음료, 케이크 : 위에 초콜릿 사인판에 B사 화장품 모양을 넣을 수 있다. B사의 화장품 색과 비슷하게 음료 소스 색을 조정 가능하다. 음료에 끼우는 홀더에 B사 로고를 넣을 수 있다.
제품 자체의 근본적인 내용을 바꾸기는 어려웠으나, 패키지, 제품 위에 토핑, 음료 잔에 끼우는 홀더 등으로 양사의 특징을 활용할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각 매장에서 제품을 진열해 놓고 팔 수 있었다. 부사원의 회사의 경우 직영, 가맹 매장에서 화장품을 진열해 놓고 팔 수 있었다. 하지만 B사의 경우 음료를 화장품 매장에서 팔 수 없었기에 구매 시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로열티는 다행히 원만하게 합의되었다. 각자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여 매출을 온전히 가져가기 때문에, 로열티를 주거나 받는 형태로는 진행되지 않았다. 패키지나 음료 위에 초콜릿을 바꾸는 등의 변경을 하지만, 굿즈를 새로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어 할 수 있는 협의였다. 홍보물 디자인은 양사에서 논의하여 제작하기로 했다. 대신 각사에 기프티콘과, 화장품을 증정용으로 서로 몇 개 수량을 주고받아 고객 프로모션에 활용할 수 있는 바터 거래를 했다.
마침내 콜라보를 한 음료가 출시되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렇게 제품 소개를 했다.
“핑크 핑크 한 두 브랜드가 딸기로 뭉쳤다.
-B사의 딸기 모양 볼터치와 색감이 유사하고, 초콜리 사인판이 볼터치 모양이 올라간
케이크가 출시되었다. 케이크 케이스에도 B사의 로고가 들어갔다.
제품명 : 핑크빛 볼 딸기 라테 / 핑크빛 뺨 딸기 케이크
프로모션 : 핑크 2종+B사 볼터치와 함께 구매 시 5천 원 할인
화장품 브랜드인 B사에서도, 우리와 콜라보를 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핑크 핑크 딸기 라테 같은 달콤한 A 볼터치”
-A사의 딸기 라테가 볼터치 케이스에 일러스트로 그림이 들어갔다.
제품명 : 핑크빛 딸기라떼 볼터치
프로모션 : 볼터치 구매 시 핑크빛볼 딸기라떼 기프티콘 증정 (선착순 한정)
그날 기사가 나갔고, B사에서는 일부 본인들의 바이럴 비용을 들여서 바이럴을 해주었다. 나도 SNS에 열심히 딸기라떼와 볼터치 콘텐츠를 올렸다. 화장실에서 만나는 일부 여성 직원들은 내게 평소 B사 볼터치 너무 좋아한다고 응원을 건네주었다.
타 회사와 미팅도 하고 시너지를 만들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신제품이었기에 3개월간 짧은 판매를 하고, 제품은 단종되었다. 매출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올리고, 블로그에도 리뷰가 올라와서 기뻤다.
오늘 아침에는 볼터치를 꺼내 들었다. 업체와 함께 콜라보한 신제품이었다. 기초화장만 늘 하던 나였지만,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이번 콜라보를 통해, 속성이 맞는 제품을 콜라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미 제품 개발이 완료된 상태에서 콜라보를 고려함은 한계가 있다는 것. 양사가 바라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점등을 배웠다. 그럼에도 각사의 장점을 조금씩 담은 새로운 제품은 만들었음에 보람을 느꼈다. 커피회사라고 커피만 만드는 것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함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지만 핑크빛 볼을 한 날, 출근길의 기분은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