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출근을 한 날

부기데이즈_1화 : 일상이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스토리툰

by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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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출근을 한 날


10시에 퇴근했고 지하철에서 꾸역꾸역 졸음을 참으며 집에 오자 시간은 11시였다.

씻고 바로 자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감기는 눈꺼풀과 달리

오늘 하루 일만 하며 지나갔다고 생각하자 억울한 심리가 삐죽 돋아났다.

사회초년생인 부기는 퇴근 후 유일한 낙인 캔맥주를 한 캔 땄다.


볼만한 영화가 없나 옥수수tv를 뒤적이는데 좋아하는 아이돌의 비공개 영상이 보였다.

이거 보고 잘까? 힘들게 일했는데 A군 영상이라도 봐야지.. 후후 1시간 반짜리 영상.

보고 자면 1시쯤 될 터였다.


그때 팀장이 가기 전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여러분 우리 내일 아주 중요한 보고해요, 살짝 긴장하고 다들 9시 말고 8시까지 오세요

보고가 10시까지니까 그전까지 우왕좌왕하지 말고 먼저 준비해 놓읍시다. 힘들겠지만 좀 힘내줘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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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주저리주저리 우리가 최고다 제품이 최고다 등

동기부여가 되는 말을 마구 쏟아내셨다. 하마 팀장님은 원래 저런 말씀 많이 하시니까..

처음 뵈어서 들었을 때는 아주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주 듣다 보니 교감선생님 훈화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토대리와 망대리는 씩씩하게 일찍오겠습니다! 대답했다


뒤의 사설이 너무나 장황해져서 저 일찍 오라는 말이 슬쩍 묻힌 것도 같았지만

진심이신지.. 아니신지 애매모호한 지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호함이 가득한 지시라면

차라리 따르는게 낫겠지. 부기는 영상을 껐다. 8시까지 출근이면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그냥 맥주나 비우고 자자 라고 생각하고 부기는 화면 속 아이돌에게 안녕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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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니 58분이였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8시는 안되었네

다들 더 빨리 오셨으면 내가 꼴지라 좀 민망한데 내가 막내인데..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사무실이 추웠다? 응? 어제 에어컨 안끄고 갔네..

토끼대리 망할 것.. 마지막에 나오면 좀 신경쓰고 갈것이지..

부기는 후 한숨을 내쉬며 에어컨을 껐다. 여름이니 에어컨이라 망정이지

겨울이면 히터나 난방기구가 됐을 것이다. 그랬으면 불이 났겠네

참 저런 덜렁거리는 애들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 거겠지.

에어컨을 껐는데도 아직 찬기운이 으슬으슬했다.

조금 있음 다들 오시겠지 잠깐 눈이나 붙일까…

양심상 노트북만 켜놓고, 잠깐 눈을 붙였다 뜨니 20분정도였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부기 옆에는 가시지 않은 냉기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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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되어도 부기를 채워주는건 빌어먹을 냉기 뿐이었다.

냉기는 왜 안빠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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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이 지나자 하나 둘 슬슬 출근을 했다.

토대리와 망대리는 전날의 약속을 전혀 잊은듯한 모습으로 신나게 인사했다.


부기는 옆자리에 앉은 토대리에게 물어봤다.

“어제 팀장님이 일찍 오라고 한 거 기억 안 나세요?”

“아 그랬나? 그거 그냥 하신 말씀 아니에요?? 팀장님도 안 오셨잖아요?”

토대리는 뭐가 문제냐는듯한 얼굴로 자신에게 대답했다.


정말로 팀장이 안왔기 때문에, 부기는 할말이 없었다.

이 때 저는 일찍왔는데요 라고 말해봤자 생색내는 꼴밖에 안되는 것 같았다.

아 내가 농담을 못 알아들은건가?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라 지시 같았는데...


토대리는 그러게 누가 농담도 구부 못하고 일찍오래? 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토대리는 내가 몇 시에 온지도 모르겠지


하마팀장은 평소같이 싱긋 웃으며 들어왔다.


“굿 ~ 뭘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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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는 아침잠 한시간을 아까워하며 속으로 분을 삭였다.


결국에 다같이 뭔가를 할 때 동일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실함도 눈치 없는 멍청함이 되나보다


결국 그날의 보고 준비를 위한 회의는 9시 30분에 시작되었고,

그들은 늘 그랬듯이, 똑같이 보고 10분전에 헐레벌떡 여기저기로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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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보고 후, 부기는 점심을 먹다. 살짝 하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어제 일찍 오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모깃소리..) 저는 8시에 왔는데..”


그러자 하팀장의 동공이 약간 커지며 말했다


“아 맞아요.. 맞아 쏘리.. 나도 늦었지, 오늘 차가 막히더라고, 다른 분들 다 일찍 오셨죠?

미안해요 미안해 그럼 다들 오늘 한 시간 일찍 퇴근해요”


부기는 팀장님이 그런걸 해 줄 수 있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잘됐네 말한 보람이 있네

라며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했다.


“아니에요 팀장님, 저희 다 늦었어요! 저는 일 다 하고 갈게요 죄송해요 어제 너무 피곤해서”


토대리가 나서서 말했다. 어제 너무 피곤해요 라고 말할 때는

밤새 에어컨을 맞은듯한 불쌍한 표정이었다.

망아지 대리와, 염차장도 자기들도 늦었다며 일을 다하고 가겠다고 했다.

팀장은 내가 약속을 못지킨거니 일찍들 가라고 오늘 고생했다고 말했다.

아니에요 팀장님이 더 고생하셨죠. 아냐아냐 다들 자기들 덕분이지 그래도 보고가 잘끝났지,

그래도 마무리 업무는 조금만 다들 수고해주고

그럼요 보고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실행이 문제죠. 실행할게 산더민데.

부기 외의 다른이들은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다들 정시에 퇴근하겠다는 분위기였다.


부기는 저는 일찍 갈게요 라고 말해야 하나 라고 몇 번씩 고민했지만

다들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차마 입밖에 그 말을 내지 못했다.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느끼며 부기는 그날도 야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