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나는 오늘도 죽는다
총괄책임자의 방에
구세준이 들어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머니.
공식 기록상
그녀의 사인은
‘의식 과부하’.
너무 깔끔했다.
너무
의도적으로.
그는
서랍을 열었다.
이중 잠금.
총괄 전용.
구세준은
자신의 코드를 쓰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의
의식 잔존 기록을 호출했다.
삭제 실패.
접근 가능.
⸻
의식은
어둡고
젖어 있었다.
와이퍼가
빗물을 밀어냈다.
차 안.
운전석엔
아버지.
조수석엔
어머니.
“속도 좀 줄여.”
어머니가 말했다.
그 순간—
헤드라이트가
중앙선을 넘었다.
충돌.
굉음.
상대 차량이
튕겨 나가
가드레일을 넘어갔다.
물.
하천.
차가
가라앉았다.
⸻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사람이야!”
“세워!”
“신고해야 해!”
그 순간—
아버지의 손이
어머니의 목을 눌렀다.
“조용히 해.”
“지금 멈추면
다 끝나.”
엔진 소리가
커졌다.
어머니의 숨이
끊어졌다.
⸻
구세준은
그 장면을
끝까지 봤다.
그리고—
침수된 차량 안.
물에 떠다니는
작은 물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가족사진 키링.
흐릿하지만
분명한 얼굴.
남자.
여자.
그리고—
중학생의
한진솔.
⸻
그 순간
의식이
무너졌다.
⸻
현실.
구세준은
서랍 앞에서
무너져 앉았다.
차량 번호.
사고 시각.
처리 담당.
모두—
총괄책임자.
“그래서…”
그는
숨이 갈라진 채
웃었다.
“당신은
사고를 덮은 게 아니라.”
“증인을
없앤 거네요.”
⸻
그날 밤.
구세준은
결정했다.
진솔에게
사실을 말하기 전—
그녀를
살려야 한다고.
⸻
의식 장비 앞.
그는
자신의 로그를 열었다.
수명 이관.
대상: 한진솔
조건: 자발
그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살아야지.”
A팀 W였다.
구세준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W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네 전 파트너.”
“그 사람이
너한테
수명 이관한 거.”
“너희 팀 신입이 다시 밝혀낸 그 사건
그때 너 전 파트너도 너랑 똑같았어.”
구세준의 손이
멈췄다.
W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죗값을 치를 차례더라.”
⸻
총괄책임자는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명령은
이미 내려와 있었다.
— C팀 S.J 제거.
W는
그 명령을
받았고—
비틀었다.
⸻
보고서는
완벽했다.
사망.
임무 중.
마지막 능력 사용.
하지만—
구세준은
죽지 않았다.
W는
그를
조직 밖 안전 구역에 숨겼다.
“넌
이미 한 번
죽은 사람이야.”
“이제부턴—
기록으로만
살아.”
⸻
그 사이—
백수진에게
파일이 전달됐다.
총괄 방에서 본 기록.
어머니의 의식.
뺑소니.
침수.
가족사진 키링.
그리고—
한진솔 부모의 이름.
⸻
법정.
B팀.
C팀.
A팀의 W와 S.
모두가
증언대에 섰다.
조직 내부 은폐.
조작된 사망.
의식 기록 삭제.
총괄책임자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건
사고였다.”
진솔이
천천히 말했다.
“아니요.”
“선택이었어요.”
“여러 번의.”
⸻
그는
구속됐다.
A팀의 w와 s도 아주 긴 징계처분을 받았다.
조직은
무너졌다.
⸻
밤.
의식 기록실.
진솔은
구세준의 마지막 기록을 열었다.
가족사진 키링.
물에 젖은 채
떠 있던 그 장면.
그리고—
구세준의 마지막 음성.
“미안해요.”
“내 아버지가—
당신 부모님을…”
“그래도—
당신은
살아야 해요.”
⸻
진솔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의식 기록을 닫았다.
⸻
나는
오늘도 죽는다.
다만—
이번엔
누군가
대신 죽어주지 않도록.
< 외전 >
외전. 살아 있는 이름
조직 재편 공지가 내려온 날이었다.
C팀 구역은
오랜만에
사람 소리로 가득했다.
박스가 쌓이고,
서류가 옮겨지고,
사람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야,
이제 진짜 끝난 거 맞지?”
최은성이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이번엔
안 덮는 거지?”
최은정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덮으면
우리부터
가만 안 둔다.”
진솔은
말없이 웃었다.
⸻
회의실.
새 총괄 대행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내부 은폐 사건
최종 정리다.”
“기존 사망 처리된 요원 중—
정정 보고 사항이 있다.”
잠깐의 정적.
“C팀.
코드네임 S.J.”
회의실 공기가
굳었다.
“생존 확인.”
⸻
“뭐?”
최은성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그럼 그때
장례식 분위기 잡은 건
뭐야?!”
“야,
살아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최은정이
이를 악물었다.
진솔은
조용히 말했다.
“말하면—
다시
사라질까 봐요.”
⸻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한 사람은
익숙했고,
다른 한 사람은—
모두가 경계하던 얼굴이었다.
A팀 W.
그리고
그 옆의 백수진.
W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 눈에는
이전과 다른 피로가 담겨 있었다.
“보고는
내가 했다.”
W가 말했다.
“사망 처리—
내 명의로 정정했다.”
최은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W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죽일 기회는
여러 번 있었어.”
“하지만—
그 애는
살아야 했어.”
그 말에
백수진이
고개를 숙였다.
⸻
“그날.”
수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W가
명령을 내렸어요.”
회의실이
숨을 멈췄다.
“구세준을
죽인 걸로 처리하라고.”
진솔의
손끝이 굳었다.
“하지만.”
수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진짜 죽이라는
명령은 아니었어요.”
W가
조용히 이어받았다.
“시간을 벌기 위한
가짜 사망.”
“총괄의 시선에서
완전히 지우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지.”
⸻
그때—
다시 문이 열렸다.
천천히,
익숙한 발걸음.
“이 정도면
충분히
죽은 사람 취급받았죠?”
구세준이었다.
살아 있었다.
분명히.
조금 말랐고,
흉터가 늘었지만—
확실히
여기 있었다.
⸻
최은정이
먼저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았다.
“진짜—
살아 있었네.”
“미안.”
세준이
짧게 말했다.
“전 파트너가
한 번 더
시간을 줬어.”
그 말에
W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알고 있었다.”
W가 말했다.
“그 애가
너한테
수명을 넘겼다는 거.”
“그래서—
너도
살려야 했어.”
⸻
백수진이
세준을 보며 말했다.
“그날,
네 의식 기록을
전달하면서—
무서웠어.”
“그래도
멈추면
다 헛될 것 같았어.”
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수진아.”
그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게 돼서.
그 자체가
증거였다.
⸻
회의실 끝에서
진솔이
천천히 다가왔다.
“이제
끝난 거예요?”
세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은폐는 끝났고.”
“선택은—
이제 우리 몫이에요.”
진솔이
작게 웃었다.
“그럼
같이 하죠.”
⸻
밤.
조직 건물 앞.
W와 수진이
먼저 자리를 떴다.
수진이
낮게 말했다.
“우리—
어디로 가요?”
W는
잠시 하늘을 봤다.
“멀리는
아니야.”
“다만—
다시는
덮는 쪽으로는
가지 말자.”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조금은
구원받고 있었다.
⸻
남은 사람들.
엘리베이터 앞에서
진솔이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요?”
세준이
웃었다.
“야근 없는 곳.”
“같이.”
문이 닫혔다.
이번엔
아무도
사라지지 않았다.
⸻
외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