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죽는다

06. 선택의 흔적

by 정공


출근 시간.


C팀 좌석은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한 자리.


코드네임 S.J.

구세준의 자리였다.


의자는 밀려 있지 않았고,

책상 위 컵엔

아직 미지근한 커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치

정말로

잠깐 자리를 비운 것처럼.


그게

더 견딜 수 없었다.



< 회의실 >


총괄책임자는

늘 그랬듯

조용하고 단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고 사항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모였다.


“C팀 요원,

코드네임 S.J.”


잠깐의 정적.


“임무 중

마지막 능력 사용.”


“사망 처리한다.”



순간,

회의실의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사망.


그 단어는

귀에 닿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


“이상입니다.”


총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의를 끝냈다.


의자 소리.

서류 정리하는 소리.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의자가

몸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야.’


어제였다.

분명.


‘야근 확정이라며.’


‘먼저 가라고 했잖아.’


그 목소리는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구세준의 목소리였다.



복도.


B팀의 요원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J.”


최은성이

낮게 말했다.


“그거—

믿지 마.”


최은정이

이를 악물었다.


“우린

그 말투를 알아.”


“죽은 사람 부를 때

쓰는 어투가 아니야.”


은성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그래도

발표는 발표야.”


“지금 움직이면

너도 위험해져.”


그 말이

경고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 A팀 구역 >

W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옆에서

백수진의 손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 확인된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W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수진.”


낮게 말했다.


“선 넘지 마.”


그 말에

백수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마치

다시 한번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 사람처럼.



C팀 기록실.


나는

혼자였다.


구세준의

의식 로그.


접근 불가.


마지막 항목만

눈에 들어왔다.


— 대상: 미기록

— 결과: 이관됨


이관.


누군가에게

넘겨졌다는 뜻.


그의 말이

머릿속을 쳤다.


진솔 씨는… 살아야 해요.



동시에

경보가 떴다.


대형 사건.

다수 사망.

시간제한.


의식 진입 필수.


총괄의 메시지.


[해당 사건

C팀 담당.]


나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이게…’


‘내 마지막일지도.’



의식 장비 앞.

B팀이

다시 나를 막아섰다.


“J.”


최은정의 목소리가

이번엔 더 낮았다.


“지금 상태로 들어가면

못 나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야 해요.”


목이 잠겼다.


“그 사람이—”


잠시 멈췄다.


“구세준이

그랬으니까.”



의식 진입.


현실이

산산이 부서졌다.


피.

물.

뒤엉킨 기억들.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이

날 것 그대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끝까지 봤다.


숨이 막히고

시야가 흐려져도.


‘이번엔—’


‘도망치지 않아.’



의식 종료.


바닥에

쓰러졌다.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진솔!”


눈을 떴다.



몸은

멀쩡했다.


숨도,

맥박도.


부작용 수치—

정상.



“이상해.”


최은성이

속삭였다.


“이 정도면

반응이 와야 해.”


그때—


A팀 S가 들어왔다


“ 몸은 좀 괜찮아요?

이거 S.J가 전해달랬어요.”



< 어젯밤 >



“수진아.”


백수진이

숨을 삼켰다.


“때가 되면

진솔 씨에게 전해.”


“이건—

내 선택이야.”



파일 제목.


[의식 기록 – S.J]



기록은

의식의 마지막을

담고 있었다.


수명 이관.


대상: J

조건: 완전 자발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서—

살아 있었던 거다.


그래서—

아무 대가도

오지 않았던 거다.





백수진은

고개를 숙였다.


“… 미안해.”


“나도—

멈추지 못했어.”


나는

울지 않았다.


대신

분명하게 말했다.


“이건

끝이 아니에요.”



나는

알고 있다.


구세준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을 거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사고’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는 것도.



나는

의식 기록을

다시 열었다.


이번엔—


그를

되찾기 위해.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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