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죽음은 선택된다
아침 회의실은
드물게 소란스러웠다.
B팀의 요원 둘이
거의 동시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평범한 사건이네.”
“평범한 게
제일 위험하지.”
그 말에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이 흘렀다.
이 조직에서
‘평범하다’는 말은
대개
살아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
사건은
단순 실종이었다.
의식 기록은 남아 있었고,
개입 흔적도 명확했다.
우리는
함께 들어갔고,
함께 나왔다.
누군가를
구했다기보단—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만들었다.
< 휴게실 >
“이번 건은
깔끔하네.”
B팀 중 한 명이 말했다.
그가
내 쪽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근데…
진솔 씨 맞죠?”
나는
조금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네.”
“아, 역시.”
그는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세준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옆에 앉아 있던
다른 한 명이
바로 말을 받았다.
“진솔 씨가
C팀 들어온 뒤로
분위기 달라졌다고.”
“좋은 쪽으로요.”
“아—”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소개 아직이죠.”
그가
손을 내밀었다.
“최은성.”
“그리고—”
바로 옆에서
똑같은 얼굴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은정.”
“쌍둥이예요.”
“능력도
같고요.”
구세준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래서
둘이 같이 다녀.”
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안 그러면
헷갈려서요.”
은성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엔
C팀이랑
이렇게 밥 먹을 줄
상상도 못 했죠.”
“특히—”
말끝을
살짝 흐리며
구세준을 봤다.
“S.J랑은.”
구세준이
잠시 고개를 숙였다.
“내가
먼저 벽 쌓았어.”
“그땐—”
잠깐 멈췄다가
낮게 말했다.
“곁에 있던 사람을
잃어서.”
은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린 고마워요.”
“이렇게 다시
같이 앉아 있는 거.”
그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
휴게실 구석.
사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야근하다 잠든 얘기,
의식 중 웃긴 실수,
별 의미 없는 농담들.
“이상하죠.”
내가 말했다.
“여기 와서
제일 사람답게
밥 먹는 기분이에요.”
은성이
젓가락을 멈췄다.
“그래서
더 오래 버텨요.”
“사람답게 지내는 거—”
“여기선
의외로
중요하거든요.”
그때—
식당 입구 쪽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A팀 S.
그녀는
우릴 힐끗 보더니
조용히 지나치려 했다.
은정이
무심코 물었다.
“어—
S님.”
“징계는
풀리셨어요?”
공기가
한 박자 늦게
가라앉았다.
A팀 S는
잠깐 멈칫했다.
고개를 숙인 채
짧게 말했다.
“아직.”
그리고
지나치려는 순간—
“수진아.”
구세준의 목소리였다.
S의 발걸음이
멈췄다.
“밥
안 먹었으면
먹고 가.”
순간
B팀 둘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어?”
“같이요?”
“아—
그래요.
같이 드세요.”
급히 덧붙이는 말들이
어딘가 서툴렀다.
S는
잠시 우리를 봤다.
그 시선엔
망설임과
익숙함이 섞여 있었다.
“괜찮아.”
짧게 말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
잠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은정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원래
저런 사람 아니었는데.”
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같이 들어간 사건도 많았고.”
“혼자 서 있는 사람
아니었어요.”
구세준이
낮게 말했다.
“맞아.”
“S는—
원래
덮는 쪽 아니었어.”
그 말이
조용히
식탁 위에 남았다.
⸻
나는
S가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아까—
구세준이
아주 자연스럽게
불렀던 이름.
‘수진아.’
그 순간
나는 알았다.
A팀 S라는 코드 뒤에
숨겨진 본명.
백수진.
그리고
이 조직에서
이름을 부른다는 건—
아직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도.
구세준이
나를 봤다.
아주 잠깐.
그리고
시선을 피했다.
⸻
밤.
C팀 구역엔
우리 둘만 남아 있었다.
“커피.”
그가
자판기 컵을
내 쪽으로 밀었다.
“설탕 뺐어.”
“기억력 좋네요.”
“한 번 들은 건
잘 안 잊어.”
그 말이
조용히
남았다.
우리는
각자 화면을 보다가
같은 리듬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편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불안할 만큼.
⸻
“진솔.”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여기—
오래 있을 생각은
하지 마.”
“왜요.”
잠시 침묵.
“사람이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어.”
“특히—
보는 사람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도망가요?”
그가
짧게 웃었다.
“너한테
그 말 듣긴 싫다.”
잠깐의 침묵.
“대신—
선택은 해야지.”
“언제
멈출지.”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저—
아직
멈출 생각 없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 엘리베이터 앞 >
야간 조명이
차갑게 켜져 있었다.
“안 가요?”
“오늘은
야근 확정.”
“먼저 가.”
“집까지
잘 들어가고.”
나는
망설이다 말했다.
“그럼—
내일 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마지막으로 본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은 채.
⸻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갔다.
그래서—
다음 날
그 말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C팀 S.J.”
“임무 중—
사망 확인.”
“마지막 능력 사용.”
⸻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제까지
같이 커피를 마셨고,
같이 웃었고,
내일을
약속했는데.
그래서—
나는
그의 죽음을
선택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와 나 사이에
아직
끝내지 않은
약속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