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죽는다

04. 덮인 죽음들

by 정공


의식 진입 승인창 앞에서

나는 한 번 숨을 골랐다.


혼자였다.


코드네임 J.

기록상, 단독 진입.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


“들어가지 마.”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코드네임 S.


“이번 건,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가 아니야.”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래서요.”


“그래서 혼자 들어가겠다고요.”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막는 건.


“J.”


경고였다.


“놓으세요.”


나는 손을 뿌리쳤다.


“여기서 멈추면—

또 덮이잖아요.”


그의 눈이 흔들렸다.


“그만 보라고.”

“네가 무너질 걸 아니까.”


“그럼 전 파트너는요?”


내가 물었다.


“당신은

이미 무너진 사람처럼 말하잖아요.”


그 순간,

경보음이 울렸다.



< 회의실 >

A팀 W의 파트너, 코드네임 S가

복도 CCTV 화면을 총괄에게 넘겼다.


“신입이 단독 진입 시도.”

“C팀 요원 S.J가 제지.”


총괄책임자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규정 위반이군.”


“징계 사유로 충분합니다.”


그는 잠시 펜을 멈췄다.


“진입은 실제로 이뤄졌나?”


“아직입니다.”


“그럼 보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표정엔

아무 온도도 없었다.



< 징계 대기실 >

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문 너머에서

A팀 W의 목소리가 들렸다.


“B팀.”

커피 컵이

탁, 소리를 냈다.


“관리라는 게 말이야,

사건만 관리하는 게 아니야.”


“사람도 관리해야지.”


잠깐의 정적.


“신입들—

특히 호기심 많은 애들.”


“괜히 정의감 앞세우다가

조직 전체를 흔들 수 있어.”


그는 웃었다.

하지만 웃지 않는 눈이었다.


“덮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야.”


“입단속,

동선 단속,

그리고—”


목소리가 낮아졌다.


“말 안 듣는 애들.”


“그건

팀장이 책임지는 거고.”


유리 너머로

W의 시선이 스쳤다.


“너희도

괜히 휘말리지 말고.”


“오래가고 싶으면.”


< 총괄책임자실 >


문이 열렸다.


C팀 코드네임 S.J가

처음으로 그 방에 들어왔다.


“아버지.”


정적.


총괄책임자의 펜이

멈췄다.


“이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신입이 아닙니다.”

“그 애는—”


“규정 위반이다.”


차갑게 잘랐다.


“개입하지 마라.”


구세준의 숨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규정?”

“그럼 왜—”


“왜 제 옆에 있던 사람들은

항상 조용히 사라집니까.”


총괄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파트너.”

“동료.”

“그리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머니까지.”


펜 끝이

종이를 긁었다.


“그 사고.”

“진짜 사고였습니까.”


“아니면—

정리된 겁니까.”


총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나간 일이다.”


구세준이 웃었다.

비웃음에 가까웠다.


“그래서 다들

기록도 없이 사라지는 겁니까.”


“그래서

진실을 본 사람만

없어지는 겁니까.”


“아버지.”


처음으로

목소리가 떨렸다.


“전

이 조직이 아니라

당신이 무섭습니다.”



총괄의 눈이

차갑게 굳었다.


“그 사건은

여기서 끝이다.”


그 말이

못처럼 박혔다.


구세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방을 나왔다.


실망은

분노보다

더 깊었다.

————————

그 시각.


B팀.


문이 닫히자

쌍둥이 중 한 명이 말했다.


“협박이네.”


다른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늘 저 방식이지.”


그들은

징계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며 말했다.



“나와.”


내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 결정이—”


“결정 났어.”


“덮는 쪽 말고.”

“보는 쪽으로.”



폐기 직전 사건 파일.


가정 내 사망.

증거 불충분.

자살 처리.


하지만

의식 기록의 여백이

너무 깨끗했다.


“이건

비운 게 아니라

지운 거야.”


내가 말했다.


B팀 E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시 본다.”


그때

문이 열렸다.


코드네임 S.J.


숨이 약간 가빴다.


“늦었지?”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의식에 들어갔다.



진실은

조용히 무너졌다.


자살이 아니었다.

사고도 아니었다.


가해자는

가족이었다.


재산.

권력.

침묵.


그리고

보고를 막은 건

A팀.


능력을 무리해서 쓴 탓에

시야가 흐려졌다.


그는 벽을 짚었다.

나도 숨이 가빠졌다.


“괜찮아.”


서로에게

같은 거짓말을 했다.



결과 보고서.


A팀 징계.

사건 재조사.


총괄책임자는

짧게 말했다.


“이번만이다.”


복도 끝.


우리는

말없이 섰다.


“미안해.”


그가 먼저 말했다.


“그때도…”

“지금도…”


“지키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 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잠시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



“제 부모님도요.”


그의 시선이

내게로 왔다.


“뺑소니였어요.”


“밤이었고,

신호도 있었고.”


“근데

가해자는 없었어요.”


“사건은

정리됐고,

기록은

깨끗했어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 차에

첫 능력을 썼는데도—”


“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구세준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래서

여기 왔어요.”


“사건을 잡으려고.”


“사라진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려고.”


그는

천천히

한 걸음 다가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넌

도망친 게 아니야.”


낮은 목소리였다.


“처음부터

선 안에 들어온 거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작게 웃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혼자 두지 마요.”


그는

잠시 나를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잃기 싫어서

멈추지 않는 사람은—”


“혼자 두면 안 되지.”


아주 낮게.


“이번엔

도망가지 않을게.”


“지키려고

침묵하지도 않을 거고.”


나는

그를 올려다봤다.


“그럼.”


작게 웃었다.


“같이

깎여요.”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손은

닿지 않았지만


그날의 침묵과

지금의 선택은

같은 선 위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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