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죽는다

03. 수명이 깎이는 사람들

by 정공


< 회의실 >

“오늘부로

팀 배치 일부가 조정됩니다.”


총괄책임자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감정이 없었다.


회의실 조명이 낮아지고,

중앙 스크린에

팀 배치도가 떠올랐다.


A팀

B팀

C팀



“먼저 A팀.”


스크린에

두 개의 코드가 떴다.

W

S


회의실 공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W는

이 조직에서 가장 오래된 요원이었다.

의식 진입 횟수도,

처리된 사건 수도

비교 대상이 없었다.


그 옆의 S는

말수가 거의 없었다.

항상 반 박자 늦게 움직였고,

항상 결과만 남겼다.


“조직 내 최상위 숙련팀입니다.”


총괄이 덧붙였다.


“이미 종결된 고위험 사건들 대부분이

A팀을 거쳤습니다.”


W가

회의실을 한 번 훑어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그 눈에는

경고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음은 B팀.”


스크린에

같은 알파벳이 나란히 떴다.


E

E


두 사람은

서로를 닮아 있었다.

표정도,

앉아 있는 자세도.


누가 먼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듣고 있었다.



“그리고—”


총괄이

잠시 말을 멈췄다.


“C팀.”


스크린이 바뀌었다.


S.J

J


회의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쏠렸다.


총괄은

느리게 말했다.


“최근 구성된 팀이다.”


“신입이 아주 기대가 돼.”


“S.J가

잘 리드하길 바란다.”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지 않는 조직이었다.


복도로 나오는 순간,

W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C팀.”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신입,

괜히 나대지 마.”


그 말은

충고처럼 들렸고,

위협처럼도 들렸다.


“이미 끝난 사건은

끝난 거야.”


그는

S.J를 한 번 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를 떴다.



“방금 말…”

내가 낮게 물었다.


S.J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A팀은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살아남았다는 건—”


그는

말을 고르듯 잠깐 멈췄다.


“보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어.”



능력 사용 기록실.


오늘 임무 준비를 위해

파일을 정리하다가

정식 배정 목록이 아닌

보관 서버를 열었다.


“폐기 사건 목록.”


이미 승인되고,

이미 종결된 사건들.


그중

유독 눈에 걸리는 하나.


그룹 회장 사망 사건


사망 원인:

심장마비


부속 기록:

회장 장남 사망

사망 원인: 자살


처리 상태:

완전 종결



이상했다.


너무 깔끔했다.


의식 진입 기록: 없음


“이런 규모 사건에

아무도 안 들어갔다는 게 말이 돼요?”


S.J도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들어갔을 수도 있어.”


“그럼 기록은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남기지 않았겠지.”



결재 로그가 열렸다.


A팀.

W 승인.


그 아래,

총괄책임자의 서명.


확인.


단 두 글자.



그 순간,

다른 파일 하나가

자동으로 연결됐다.


C팀 —

이전 파트너 기록


이름: 비공개

상태: 미기록

관련 사건: 그룹 회장 사망 사건


나는

숨을 멈췄다.


“이게…

뭐예요?”


S.J의 손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는

한참을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내 전 파트너야.”


기록은

거기서 끊겨 있었다.


사건도,

사람도.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사람…

어떻게 됐어요?”


S.J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파일을 가리켰다.


내 능력 사용 항목 아래,

작게 표시된 문장.


예상 영향: 누적형


“의식을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조금씩 깎여.”


“수명이야.”


“어디가 먼저 무너지느냐만

다를 뿐이지.”


“몸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고—”


그는

내 얼굴을 똑바로 봤다.


“사람에 대한 감정일 수도 있어.”



그날 밤.

나는

그 회장 사건의

비공식 자료를 다시 열었다.


가족 간 다툼.

삭제된 통화 기록.

사라진 음성 파일.


이건—

의식에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종류였다.


손이

의식 장비 위에 올라갔다.


‘이미 끝난 사건.’


‘이미 승인된 기록.’


조금만

들여다보는 건데.


그때

W의 말이 떠올랐다.


“이미 끝난 사건은 끝난 거야. “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조직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눈을 감는다는 뜻이라는 걸.



나는

장비를 켰다.


작게,

혼잣말처럼 말했다.


“조금 깎여도 괜찮아.”


“난

사라진 사람까지

보고 싶으니까.”



의식 진입 대기 화면.


카운트다운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C팀 / 이전 요원

상태: 미기록

최종 접근자: S.J


사라진 건

사건만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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