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이름을 부르지 않는 사람들
“이번이 팀으로서 첫 임무지?”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회의실 한쪽,
유리벽 너머로 사건 자료가 떠 있었다.
“선임 요원, 코드네임 S.J.”
“네 파트너야.”
나는 고개를 숙였다.
“신입 요원, 한진솔입니다.”
그는 짧게 웃었다.
“본명 말한 거,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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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동 전 브리핑실 >
“여긴 이름 잘 안 써.”
그가 말했다.
“이유는 알아요.”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죽는 건 확정이니까.”
그 말이
이상하게 가볍게 들렸다.
아니면
이 사람은 이미
그 무게에 익숙해진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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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개요 >
“3개월 전 실종.”
“최근 주택 지하 보관실에서 시신 발견.”
총괄책임자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가정 내 사망.”
“신고자는 미성년자.”
그는 내 쪽을 한 번 바라봤다.
“이번 사건,
신입이 들어간다.”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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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 진입 >
“확정 사망.”
장비가 작동했다.
S.J가 말했다.
“깊게 들어가지 마.”
“핵심만 보고 나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기대가 커.”
구세준 선임이 조용히 덧붙였다.
이제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과
팀이 되어 움직이는 첫 임무다.
이번엔
도망칠 수 없다.
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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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
차가운 바닥.
콘크리트 냄새.
머리가 어지러웠다.
폐가 접히는 느낌.
‘숨이… 안 쉬어져…’
여자는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목이
눌려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들리는
남편의 숨소리.
“조용히 해.”
손.
목.
힘.
그리고—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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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튕겨 나오듯 깨어났다.
숨을 몰아쉬었다.
말이
짧게 튀어나왔다.
“목 졸림.”
“…우발적이 아니에요.”
“ 의도가 있었어요. ”
선임의 얼굴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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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결과 >
아이 아빠는
끝까지 부인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안 납니다.”
그 말은
법정에서 통했다.
심신미약.
감형.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이게…
내가 제대로 한 게 맞을까.
선임을 바라봤다.
“다시 조사해서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걸
밝히면 안 되나요?”
구세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기록자야.”
“구하려 들면, 같이 망가져.”
“판결은 판사가 하고.”
“우린 사실을 남길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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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너무 차가워서
가슴이 욱신거렸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다.
조금만 더 봤다면.
조금만 덜 무서웠다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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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준이
내 표정을 보고 말했다.
“자책하지 마.”
“네가 본 게 없었다면
이 사건은
사고로 끝났을 거야.”
“진실이 기록되지 않으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그는
낮게 덧붙였다.
“우리가 하는 일은
구하는 게 아니라
지워지지 않게 남기는 거야.”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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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 엘리베이터 안. >
침묵이 길어지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진솔이 본명이랬죠?”
“아 네.”
“뜻이 좋네.”
“진실된 사람 같아.”
나는 웃었다.
“저도 이름 물어봐도 돼요?”
그는
잠시 멈췄다.
“구세준.”
순간
내가 그를 봤다.
“순간 구세주로 들렸어요.”
“직업이랑 잘 어울려요.”
그가 피식 웃었다.
“응.”
“많이들 그래.”
“구세주가
이름 뜻이긴 하지.”
“별명 겸.”
나는 웃음을 삼켰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구세주네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구하는 쪽이 아니라
보는 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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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기 직전,
그가 말했다.
“진솔 씨.”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일 하다 보면
진짜 구원은
남지 않아요.”
나는 대답했다.
“그래도
진실은 남아야 하잖아요.”
그는
잠시 나를 보더니
작게 웃었다.
“그래서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죠.”
“기죽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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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나는 보고서를 다시 열었다.
사건 파일 하단.
신고자: 미성년자
사건 결과 통보 요청 없음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구세준.’
참 좋은 이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