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죽는다

01. 사망확인요원

by 정공


삐—

삐—

삐—


구급차 사이렌이

귀를 찢는다.


차가 급히 멈출 때마다

몸이 앞으로 쏠린다.


나는 눈을 감지 않는다.


예전엔

눈을 감았다.

두려웠으니까.



이번 죽음은

익사다.


물의 온도,

차오르는 속도,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이미 알고 있다.


발목부터

차가운 물이 차오른다.


안전벨트는 풀리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불빛이 스친다.



부모님의 사고와

똑같은 장면이다.


강으로 떨어진 차.

멈추지 않는 불빛.

도망치는 헤드라이트.


예전엔

이 장면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확인한다.



숨이 막힌다.

가슴이 조여 온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는다.


나는 이 감각을

안다.


죽음이

다가오기 전

사람이

어디까지 버티는지도.


“난 오늘도 죽는다.”


이 말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게

가끔은 가장 무섭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고

말하진 않겠다.


나는 단지


도망치지 않을 뿐이다.



“심폐소생술 시작합니다. 하나, 둘—”


의식이 끊기기 직전,

나는 마지막 장면을

끝까지 본다.


헤드라이트의 각도.

멈칫하는 브레이크등.

그리고


이번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사망 시각, 23시 41분.”



눈을 뜨면

여긴 항상 같은 곳이다.


하얀 조사실 침대.

산소 냄새.

죽음 뒤에 남은 공간.


“기록 남길게요.”


기록관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가해 차량, 정차 없음.”

“충돌 후 그대로 이탈.”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뺑소니입니다.”


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처음 이 단어를 말했을 때처럼

손이 떨리지도 않는다.


과거


그날,

나는 집에 있었다.


부모님은

퇴근이 늦을 거라고 했다.


나는 저녁을 데워 놓고

현관 불을 켜 둔 채

기다렸다.


기다림이

불안으로 바뀌고,

불안이

두려움이 될 즈음


전화가 울렸다.



경찰서.

낯선 냄새.

차가운 의자.


“사고가 났습니다.”

“차량은 강으로 추락했고…”

“뺑소니로 추정됩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예요.”

“우리 부모님… 찾아주세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내 능력을 알게 됐다.


엄마의 마지막 의식에

끌려 들어갔다.


준비도 없이,

아무 설명도 없이.

차 안이었다.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니

내가 차 안에 있었다.


숨이 막혔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물이 폐로 들어오는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이게 꿈인지, 기억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물이 밀려 들어왔다.


그때서야 알았다.


이건 보는 게 아니라,

겪는 거라는 걸.



엄마는 끝까지

창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려고,

나오려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장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불빛이 비췄다.


차였다.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려 했지만—


숨이 끊기는 감각이

먼저 와버렸다.


폐가 타들어 가는 느낌.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의 공포.


너무 무서워서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장면에서

튕겨 나오듯 깨어났다.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은 살아 있었지만

방금까지

확실히 죽어 있었다.


손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


이게… 내 능력이라면,

나는 이걸 견딜 수 있을까.



다시 경찰서로 갔다.


“뺑소니예요.”

“차는… 멈추지 않았어요.”


그 말까지만

겨우 할 수 있었다.


차종도,

번호도,

운전자도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말할 수 없었다.


죽는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웠다.



“엄마는… 끝까지 살아 있었어요.”


그 말만은

확실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범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내가 무서워서.

내가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그날의 뺑소니범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꿈이 생겼다.


도망치지 않기로.


죽음이

아무리 선명해도,

아무리 두려워도


다음엔

끝까지 보겠다고.


우리 부모님의

원한을

내가 직접 밝히기로.

현재


조사실을 나서며

나는 숨을 고른다.


구급차 소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다.


오늘도

누군가의 죽음이

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아직 모른다.


다음 죽음이

남의 것인지,

아니면


내 것인지.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