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Lee May 23. 2020

머피의 법칙_ 2

안녕 나의, 우리의 체스키크롬로프_ #14

  "하, 뭔 놈의 알코올 솜을 이리도 많이 썼대~ 여드름을 너무 많이 잡아뜯은 거 아니야?"

  혼자 푸념을 하며 꺼림칙한 솜들을 쓰레기통에 옮겨 버렸다. 그날따라 베라를 돕고 싶었는지, 청소하기 편하게 이불커버와 침대 시트를 벗겨놓기로 했다. 군데군데 베갯잇에는 또 피가 묻어있었고 이불커버에도 조금씩 묻어 있었다. 베갯잇과 이불커버를 벗기고 침대 시트를 벗겨내려는 순간 아주 작은, 쌀알 크기의 새카만 점에 눈이 갔다. 음? 이게 뭐지 하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점이 조금씩 움직였다. 아. 순간 얼음. X 됐다.

  "여보!!!!!!!!!!여보오오오오오오!!!!"

  평상시 랑금을 부인이란 호칭으로 부르는데 다급함에 튀어나온 단어, 여보. 뭔가 오글거려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대체로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려는 남편이 펜션이 떠나가라 불러대니, 깜짝 놀라 쿠당탕탕 계단을 박차며 랑금이 올라왔다.

  "왜왜왜왜왜왜왜!"

  "큰일 났어.."

  "왜왜왜왜왜왜! 불안해! 왜왜왜!"

  "드디어.. 녀석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엉? 뭔데.. 어? 어? 어? 어?"

  ".. 저기.. "

  손가락으로 그 새카만 녀석을 가리켰다. 랑금은 가까이 다가가 검은 쌀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에이, 아닐 거야. 그냥 벌레일 수도 있잖아. 그치?"

  맞다. 이게 뭔지 아직 확인을 안 했다. 시트를 살짝 들어 놈을 시트 사이에 놓고 비벼서 죽여봤다. 그랬더니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피가 터지며 주욱 번졌다. 아. 혹시 싶어 매트리스를 살짝 들어 이리저리 살피니 크기가 조금 작은 놈이 보였다. 터트리니 이번엔 붉은 피가 번졌다. 더 이상 확인해볼 필요가 없었다.

  "이놈들. 베드 버그야."

  "에엑!!! 어떻게 남편... 이거 이거 어쩌지??"

  "내가 베드 버그 살충제 봤었어. 사무실 화장실에 있을 거야. 진드기 그림 그려져 있는 검은색 스프레이야. 그것 좀 가져다줘! 난 이것들 얼마나 있는지 한번 살펴볼게."

  랑금은 쿠당탕탕 아래로 내려가고 난 바로 옆 침대를 살펴보았다. 아차, 검은 쌀알 하나가 매트리스 발꿈치 쪽에 보인다. 내버려 두면 안 되니 바로 처치, 다시 쿠당탕탕하며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남편! 여기!"

  "응 잠깐 매트리스를 이리로 빼버리자"

  매트리스에 다른 놈들은 없는지 천천히, 꼼꼼히 확인하고 눈에 보이는 놈들을 처치했다. 그리고 약으로 침대 틈새를 칙하고 뿌리는 순간. 이놈 저놈 숨어있던 놈들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몇마리를 데리고 온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건 우리의 힘으로 안되겠다 싶어 미스터 Kim에게 SOS를 쳤다. 킴이 알고 있는 업체에 최대한 빨리 와달라 부탁하였는데 그게 삼일 뒤였나 싶다. 혹시 싶어 다른 방들도 샅샅이 뒤져 보았는데 다행히 별문제 없어 보였다.

  약속한 날 업체가 소독을 하러 왔고 연막탄(?) 같은 것을 까고 방 전체를 방역시켜줬다. 비용이 뭐 얼마나 하겠나 하고 급한 불을 끄자 하고 불렀는데 청구서를 보니 비용이 상상 이상이었다(다 합쳐서 한화로 100만 원은 낸 듯).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소독은 세 번이나 해야 했고 그 사이 손님들을 1번 방에 들일 수는 없었다. 다른 객실로 업그레이드를 해주거나 원하는 경우 취소, 또는 다른 숙소로 옮겨줘야 했다. 베드 버그를 없애는데 3주라는 시간이 들었다. 업자들은  마지막 날에 방역이 성공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 기를 침대 아래에 두는 것으로 펜션을 떠났다. 정신없는 시간들이 지나가자, 1번 방 벽에 붙어있던 다섯 개의 액자 중 작은 액자 두 개가 없어진 걸 알았다. 

  방역비용, 공실로 인한 손해. 가슴이 쓰렸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왜, 체스키 사진이 담긴 그 작은 액자까지 떼어 가야만 했을까. 부디 버리지 말고 끝까지 추억으로 잘 간직하길.

작가의 이전글 머피의 법칙_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