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에 몰빵했다
스토리 - 평이
연출 - 그는 택했다. 서스펜스를. 속도감과 더 확장된 공포감.
편집 - 공이 크다
음악 - 꽤 좋다
연기 - 평이
-> 서스펜스만으로도 정말 볼 만했던 영화
스포일러 있습니다.
1. 확장된 공간감, 증폭되는 공포.
전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1>은 1700만 달러, 한화 약 189억원 정도로 저예산이었다(할리우드는 이게 저예산이다.) 전편이 흥행했고, 속편은 물론 예산이 대폭 확대되었다. 그렇게 해서 인물의 활동반경, 스토리도 전편보다 확장된 편이다. 하지만 예산이 늘어난 뒤 변화한 것들 중 영화의 '공포'라는 감정과 가장 관계하는 요소는 '공간감'일테다.
전편에서는 주로 크리쳐가 집안에 들이닥치면서 다소 좁고, 폐쇄된 공간에 내몰렸을 때의 공포감이 주요했다. 많은 공포영화들이 이러한 폐쇄성을 공포의 요소로 많이 사용한다. 웹툰 스위트홈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크리쳐물이고, 컨저링, 인시디어스같은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들 배경도 '집'이다. 대놓고 폐쇄공포를 노린 '패닉룸'이라는 작품도 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경우, 몇몇 장면에서 여전히 좁은 공간을 활용하여 서스펜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전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1>도 물론 넓은 숲에서 크리쳐를 마주하기는 한다. 하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경우 (예산의 확충 덕에) 마구 드넓은 숲보다 구획이 어느정도 지어진,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에밀리 블런트 가족 일행이 킬리언 머피(아 배역이름)의 아지트가 놓인 곳으로 들어갈 때는 마치 큰 온실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실내공간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크리쳐가 빠르게 추적해오는데, 그 공포감은 전작보다 훨씬 더 했다. 아무래도 크리쳐 입장에서는 사방의 벽과 천장에 발을 딛고 얼마 멀지 않은 목표물을 좇으면 될테니, 이만큼 고마운 공간이 없다. 심지어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따. 쫓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심장 쫄린다'. 보는 사람은 물론. 생존자들이 모인 섬에 도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집 사이가 가깝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크리쳐는 더욱 기민하게 사람들을 잡아 치운다.
폐쇄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지독하다. 넓은 공간의 공포에는 서늘함이 더해진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등 뒤에 벽처럼 댈 곳이 있으면 안도를 느끼게 된다. 내 등 뒤가 텅 비어있는 상태라면? 무섭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확장된 예산이 가져온 공포는 이런 유의 공포이다.
2. 드라마보다는 서스펜스
이것도 예산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일테다. 전작의 경우, 가족의 드라마와 심리묘사가 주요하게 드러난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죽었고, 아빠는 그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딸, 갈등하는 아빠 등. 여차저차 봉합이야 된다.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 크리쳐 등의 설정.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크리쳐라는 서스펜스 요소. 설정이나 서스펜스 못지 않게 드라마가 강했다. 전편은. 잘 짜인 드라마였다. 눈물이 없는 편이라 울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아버지의 장면은 슬펐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과감하게 드라마를 축소했다고 봐도 된다. 서스펜스에 거의 8할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스토리는 있다. 하지만 영화가 주력하는 부분은 아니다. 평이하다는 얘기다. 킬리언 머피는 에밀리 블런트 가족에게 일말의 부채의식을 가진 존재다. 구조의 손길을 뻗지 않았으므로(물론 그 상황에 그런 영웅의식을 발휘할 위인은 현저히 적겠다마는). 딸이 갑자기 라디오 음성을 듣더니 생존자가 있는 것 같다며 혼자 나선다. 자신의 아버지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면서(설명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모든 공포영화의 법칙에서 '나대는 아이'의 행동이긴 했다. 말은 좀 안되도, 그 아이는 그렇게 나대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심장이 쫄리기 시작한다.
킬리언 머피의 에밀리 블런트 가족을 향한 일말의 부채의식과 딸의 (이해가 좀 힘든)낙관적인 이타심이 결국 이 영화의 서사를 촉발하는 것이다. 그 뒤로는 전편에서 보인 것만큼 강한 감정의 서사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찢어진 일행, 두 개의 공간에서 휘몰아치는 위기들은 관객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긴장과 이완의 리듬운동이 신선하다고 할 순 없지만, 심장은 상당히 쫄리고 재밌다.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매끄러운 연출도 좋았는데 편집도 영화에 큰 기여를 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 맨 마지막 장면은 정말... 속편의 총잡이 에밀리 블런트를 위한 복선이었다..
3. 정석적인 교차편집
다른 두 공간에서 펼쳐지는 활극. 두 공간의 "위기 - 극복 - 위기 - 극복"의 같은 장면이 붙여져 있다. 정석적인 편집 방식이었다. 위기일 때는 말그대로 위기감이 극대화된다. 두 곳 모두에서 주인공의 목숨이 위험하니 말이다. 극복을 할 때는 이완된다. 단순한 접합이지만, 이 또한 '서스펜스'를 위해서다.
4.
정말 재밌었다. 존 크래신스키... 이 사람...
집에 와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을 바로 봤다. 재밌었다...그것두...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확장된 공간에서의 크리처물이라는 점에서 영화 <미스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안개 속에서 괴물은 보이지도 않는 이 영화. 아무리 광활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안개가 쌓여버리면 구획지어진 실내나 다름 없다. 어디서 괴물이 나타날 지 모르고, 인물의 등이 서늘한 영화 <미스트>에서 느낀 공포감이랑 비슷하다고 느낀 것은 역시 공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