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혜BaekJi Oct 18. 2021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Black Sheep : - 리처드 스티븐스

Black Sheep은 영미권에서 문제아, 꼴통을 칭하는 관용어(idiom)


p.111

"랭커스터대학교의 언어학자들이 욕과 사회계층의 관계를 조사했을 때, 처음에는 그런 일반론과 비슷한 현상이 드러났다. 즉 하류층에서 욕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비숙련 비노동계층보다 숙련노동계층에서 욕이 24% 감소했고, 숙련노동계층보다 일반 사무직과 하급 전문직이 포함된 중하류층에서는 무려 85%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계층사다리를 올라갈수록 아주 이상한 현상이 빚어졌다. 고위 관리직과 고급 전문직이 포진한 중상류층의 경우, fuck가 포함된 욕이 중하류층에서보다 무려 300%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사회계층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서 욕하는 빈도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성공을 열망하는 중하류층은 자신들이 갈망하는 사회적 이상을 따르기 위해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는 반면, 더욱 안정적인 중상류층이 되면 더는 세상의 눈치를 보지않고 훨씬 자유롭게 욕을 사용한다는 효과로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런 말을 하고싶지 않은가? '그들은 눈곱만큼도 신경 안 써.'

그렇다면 이 연구결과를 보고, 욕에는 낮은 지능과 부족한 언어 구사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만약 욕이 오직 IQ와 어휘력만의 문제라면, 이것은 고위 관리직과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욕이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당신은 그들이 어떤 사회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든 간에, 그들의 지능이 낮을 턱이 없고 언어 구사력에 문제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 만일 그랬다면 권위 있는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pp.113 - 114.

"언젠가 내 강연에 참석했던 어떤 동료는 내가 처음으로 욕을 사용했을 때 몸에서 에너지가 약간 꿈틀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노라고 말했다. 혹자는 그것을 전율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욕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뿐만 아니라 신체의 '투쟁-도주' 반응이 활성화될 때 느끼는 기분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쟁-도주 반으은 인강늬 가장 근본적인 스트레스 반응으로 신체의 생명유지활동에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과정으로 구성되며, 그런 과정이 활동을 강화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공격을 받는것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갑자기 분출하는 것이다. 그런 에너지는 우리가 공격자에 맞서 싸워 물리치거나 신속하게 도망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만든다. 투쟁-도주 반응의 특징은 흥분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는 점이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동공이 확장되고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이 더욱 빨리 뛸 뿐 아니라 통증내성이 증가하고 땀 분비가 촉진된다."


p. 191

"익숙할수록 더욱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 경향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단순 노출 효과'로 알려져 있다. 이 효과는 비단 얼굴만이 아니라 아주 많은 상황에 적용된다. 사진, 소리, 모양, 이름은 물론이고 심지어 신조어까지도, 만일 기존에 접해본 적이 있다면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일례로 셰필드할람대학교의 어떤 심리학자가 실시한 흥미로운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p. 278

"따라서 먹을거리를 구하거나 억압에 맞서는 것처럼, 생존을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 때 우리는 자유로운 실존적 허무상태에 빠지고 그런 허무상태를 우리는 지루함이라고 지각한다. 그러나 비록 고통스럽기는 해도 지루함은 진짜다. 프랑스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이런 사고방식과 <피터팬>에 나오는 '부모 잃은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비교했다. 그들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심각한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했고, 대신에 맘껏 놀면서 즐거운 일만 할 수 있는 순진한 어린아이로 남아있다. 이 철학에 의거해서 보면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에는 엄청난 모순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실 삶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9/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