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혜BaekJi Nov 12. 2021

[책리뷰]설국

주인공 시마무라의 이름뜻은 문자 그대로 섬마을이다. 외부로부터 격리, 바다 한 가운데의 고립된 공간인 섬. 동시에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는 점 때문에 고독이 대개는 아늑한 고요함으로 치환되는 게 섬마을이다. 그 때문에 섬마을은 지나치다가도 늘 한번쯤은 돌아보게 되는 그런 공간인 셈이다. 설국의 주인공이 딱 그런 인물이다.


도쿄를 떠나 훗카이도에 자적하는 여행자이면서 고마코, 요코라는 여인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 물론 중년남성의 투철한 자의식을 비난하고 싶을때도 있다. ‘난 애와 부인이 있는데 젊은 미모의 여성들이 날 놓아주질 않아…’ 그러나 그 닿을듯 말듯한 섬마을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여인들의 사연을 듣고나면 마냥 그렇게 치부할 수도 없겠다. 어째 지난 남성들은 모두 죽음에 맺어지고, 동시에 게이샤와 그를 따르는 시녀인 그들의 삶은 죽음과 고독 뿐인 망망대해에 부유할 뿐이었다. 그때 희미하게 보이는 낯설은 섬마을 하나.


물론 섬마을은 잠깐의 고요함과 아늑한 이상의 뜨거움을 주지는 않는다. 외지에서 들른 여행자에게 이제는 떠날시간이 아니냐며, 다음에 다시 보자는 설렁한 기약만 할 뿐이다. 외지인의 정착지가 되기엔 스스로가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마무라는 자신의 마음을 안다. 여자의 손이 뜨거워질 때가 이별할 때라고 그는 직감한다. 자신보다 뜨거운 마음의 기대를 채워줄 수 없어서일까. 섬마을인 자신의 마음은 그녀의 므음을 받기에 부족함을 알아서일까.


행동, 풍경 묘사만으로 상당히 디테일하게 캐릭터와 마음을 그려낸다. 연출력이 아주 좋은 작가라고 볼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1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