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연출산에 관한 다큐를 찍는다고 연락이 왔다. 담당 작가에게 '하나뿐인 지구'는 환경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었다. 생각해보니 인간의 출산도 하나뿐인 지구에 사는 생명에 관한 일이니 어울릴 수 있겠다 싶었다. 당시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있는 산부인과와 나의 조산원 출산 현장이 촬영되었다
촬영된 장면 중에는 연꽃 출산을 한 산모의 이야기도 있었다. 방송이 나간 당시엔 연꽃 출산이 굉장히 신기하고 별나며 심지어는 어디 어디에 좋다라며 유행처럼 번졌다. 그 후 몇 달간 나의 SNS에도 로터스 출산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었고 내 블로그 최다 인기 검색어가 되기도 했다. 연꽃 출산은 지금도 산모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일이다.
방송이 나가기 전에도 연꽃 분만을 하곤 했었다. 출산이라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서의 요구는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최대한 들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태반과 탯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탯줄의 맥박은 대부분 남자가 아버지로 변하는 순간과 함께한다.
로터스 출산을 했던 한 별바람이라는 산모는 이렇게 예기했다. '이번 녀석은 제게 아주 특별해요~온전히 자연 그대로의 출산과 양육을 하고 싶어요. 실제 집에서 연꽃도 키우며 태교를 했고 집 창문 블라인드 무늬도 연꽃이랍니다. 연꽃에 의미가 담긴 거죠. 요 녀석만을 위한 저의 바람과 소망을 연꽃 출산에 담고 싶어요.' 뭐 못 들어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별바람은 참 정갈한 여성이다. 이미 나의 손을 빌어 세상에 먼저 나온 형아들의 탄생에서 증명되었다.
진통이 시작되고 오후 늦게 형아들이 보는 가운데 셋째가 태어났다. 동생이 주는 작은 선물에 감격스러워하는 녀석들과 즐기다 보니 벌써 십여분이 훌쩍 넘어버렸고 제 몫을 다한 태반은 온전한 형태로 만출되었다. 산모가 준비한 바구니에 태반을 담고 아이들도 그 광경을 함께했다. 아기의 배꼽에 붙어있는 탯줄은 길게 태반과 연결되어 있다. 태반과 탯줄을 보고, 만져본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자랑스레 이 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엄마 자궁 안에 붙어있던 태반이야. 엄마가 맛있는 것을 먹으면 이곳을 통해 전해진단다. 아기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해 주지. 너희들도 엄마의 뱃속에서 이렇게 똑같이 있었어! 탯줄이 떨어지면 배꼽이 생기게 되는데 너희들도, 엄마도, 아빠도 배꼽이 있지? 엄마 아빠도 한때는 아기 같이 작은 아기였었어." 나름, 대를 잇는 신비에 도취해서 열변을 토했지만 녀석들은 동생이 가지고 온 선물 쪽으로만 눈이 간다. 태반과 함께 아기를 포대기에 싸니 아주 길다랗다.
다섯 식구가 된 별바람가족은 어둠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간 후에도 그녀는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12시간마다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탯줄은 하루 이틀 사이에 쑥쑥 줄어들여 말라갔다. 보통 일주일에서 보름이 지나야 떨어지는 탯줄과는 달리, 신기하게도 48시간 만에 아주 깨끗이 떨어졌다. 산후도우미는 이렇게 일찍 떨어지는 탯줄은 처음 보았다며 정상이냐고 묻기도 했단다.
그녀가 경험한 남다른 출산처럼 세 아이들은 언스쿨링으로 제주에 살고 있다. 남다르게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사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부부는 부모를 넘어 이미 부지런한 스승이다. 귀히 품어 자연스레 태어난 아이들이청정 제주의 자연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로터스 출산은 일률적이지 않고 개성과 의견을 존중해 주는 출산의 한 과정이다. 이를 계기로 모든 출산도 유니크한 개인의 일로 되돌아가길 기대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