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가 셋째 아기를 낳으려 한다. 둘째보다 셋째는 출산 진행이 더욱 빠르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궁수축이 시작되자마자 헐레벌떡 조산원으로 찾아왔다. 아이 둘과 남편, 모두 챙기며 부산을 떨었을 그녀가 짠하다. 남편은 내심 이 상황이 빨리 종결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출산하는 아내를 돕기보다는 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이번 출산에서의 남편의 역할이다. 가족 출산은 먼저 태어난 아이들이 동생과의 첫 만남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함께한다. 진통하는 엄마를 이해하기 어린 나이인 형제들에게 가끔 이 방법이 옳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기를 받는 입장에서도 참 번거롭다.
이제 막 시작된 불규칙한 자궁수축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직 골반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셋째의 여정은 기대보다 더디다. 좀 더 집에 머물렀어도 되었을 것이다.
병원 출산 경험이 있는 지미는 이번 마지막 출산을 위해 남다른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셋째를 위한 환영 편지도 쓰고 그림도 함께 그렸다. 인생의 마지막 출산을 잔치처럼 하고 싶었다. 회음절개 없이, 약물의 사용 없이,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아기를 낳을 생각에 행복했다. 남편도 많은 도움을 주리라 믿었다. 그녀의 바람을 꼭 들어주고 싶었다. 밤이 될지, 낮이 될지 모르는 출산의 시간에 맞게 여러 경우의 수도 준비해 두었다. 아이들이 깨어 있는 낮에 진통이 시작되었으니 데리고 오는데 번거롭지 않아 다행이었다.
지루해진 아이들이 점점 더 부산스러워졌다. 슬슬 시작된 진통은 아이들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 오히려 아기 낳고 있는 지미가 두 아이들을 위로하며 돌본다. 적극적일 듯 보였던 남편마저 생각 없이 느긋해 보인다.
하여 예상하지 못했던 친정어머니까지 건물 밖에 도착해 있다고 했다고 하니 지미의 마음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로 편치 않은 지미의 몸은 진통이 오면 돌같이 굳어지곤 한다.
다섯 시간이 지난다. 7cm 정도 자궁문이 열렸다. 아기를 낳은 경험자들은 이쯤부터 아기가 밀고 내려온다. 번거롭고 편치 않은 지미는 예외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산모가 신경 쓰이지 않도록 모든 사람들을 내보내었다. 그럼에도 열혈 남편은 아내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려 했다. 보다 못해 나는 편의점에라도 다녀오시라고 했다. 나가는 남편의 문 닫는 소리가 난 지 십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고요한 산실 덕분에 진통이 세어진 거다.
이대로 간다면 남편의 돌아오기 전에 아기를 만날 것만 같았다.바짝 긴장을 하고 출산 준비물 등을 점검했다.
그런데 또다시 진통이 약해졌다."무서워요! 집에 갈래요! 낳기 싫어요! 아~~~ 악!!! 출산 직전에 나타는 소강기다. 고요를 선물하니 두려움의 파도가 지미를 덮쳤다. 별수 없다! 두려움엔 쓰담쓰담과 칭찬이 답이다! 그로부터 사십 분간 지미의 곁을 지켰다. 간간히 뱃속 아기는 딸꾹질을 한다. 건강히 잘 있다는 신호다.
드디어 힘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강기가 지나면서 출산에 집중한 산모는 생각보다 힘을 잘 준다.
내 귀엔 온 가족의 속닥거림이 들린다. 방문 밖에서 숨죽이던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헐레벌떡 달려들어 왔다. "수고했어 여보~~~ 엄마!! 애썼다 딸!!!"
"셋째가 쉽다고요? 저는 세 아이 중에 이번 아이가 제일 힘들었어요.그런데 정말 이쁘네요!"지미가 행복해 보였다. 고요와다른 이의 눈길이 배제된 공간에서, 회음 열상없이,출혈 없이 낳았다.지금껏 경험한 출산과 다르다고 했다, 힘들었지만 온 몸으로 겪고 리얼하게 낳으니 딴 세상 사람이 된 듯하다고도 했다. 변신한 지미가 보인다. 아기를 키우고 가족을 지킬 전사 지미!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일반적으로 아기를 만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초산의 경우 15시간 전 후, 경산의 경우는 7~8시간이 소요된다. 셋째라고 더 빠르지 않다. 넷째도 다섯째도 마찬가지다. 첫아기만 오래 걸리며 둘째부터는 드라마틱하게 세상을 만난다. 그래서 첫아기의 자연스러운 출산이 매우 중요하다. 운동으로 몸을 다지고 건강하게 먹어 깨끗한 양수를 유지하며 미소 태교를 한 아기는 건강히 태어난다.
대부분의 생명들은 거의 혼자서 새끼를 낳는다. 사람들의 출산은 그 반대다. 출산에 집중해야 하는 산모는 북적이는 사람들과 약물로 출산을 방해받는다. 발달은 아직 여성의 출산에 개입할 수 있게 발달하지 않았다. 진화되지 않은 인간의 몸은 여전히 여성에게 어머니라는 명칭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