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출산, 5일간의 삼고초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어느 쪽으로 나갈까? 엄마의 배꼽이 보인다. 그래 저쪽으로 나가자! 큰 하늘이 자꾸만 나의 엉덩이를 밀친다. 머리가 부딪혀 괴롭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엄마가 물구나무를 하니 공중제비하는 것처럼 어지럽다. 정신을 차리려고 꿈틀거렸다. 갑자기 공간이 생겼다. 살만하다! 웬걸! 채 오분이 지나기 전에 다시 머리가 부딪쳤다. 엄마가 힘들다고 다시 일어났다. 심호흡으로 보내져 온 산소가 나를 도왔다. 두세 번 공중제비 덕분에 자세를 틀었더니 아까보다는 좀 덜 아프다. 엄마 배꼽이 아닌 오른쪽 옆구리가 보인다. 바깥사람들이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모두들 박수를 친다.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 방향으로 나가면 되나 보다. 아까보다 다른 세어진 힘이 몸을 조인다. 말랑한 머리가 엄마의 골반에 주기적으로 부딪친다. 아픈 곳에 따듯한 것을 대 주니 나도 좀 덜 아프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조금 넓었던 공간은 좁아지고 좁았던 곳이 넓어졌다. 하는 수 없이 그 공간에 머리를 맞추느라 고개를 조금 더 돌렸다. 아까보다 강하게 밀쳐지고 있지만 훨씬 덜 불편하다. 엄마의 꼬리뼈가 보인다. 얼굴 정면에 있는 꼬리뼈의 굴곡을 따라 몸이 미끄럼을 탄다. 머리의 대부분이 압박된다. 가끔 탯줄에서 보내지는 산소가 부족하면 숨을 쉴 수가 없다.. 엄마는 구령에 따라 열심히 숨을 쉬고 있다. 희미하게 불빛이 보였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수십 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맞다. 응원의 소리도 점점 더 크게 들린다. 다 되었다고, 힘내라고 내게도 용기를 준다. 누군가의 손이 나의 머리에 닿았다. 와! 외계와 첫 교신이 이루어졌다. 나갈 시간이 임박한가 보다. 어떤 곳일까 몹시 궁금해진다. 머리카락이 많다면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긴 밀쳐내는 시간 덕분에 이마, 코, 입술이, 마지막으로 턱이 낯선 공기와 만났다. 한쪽 어깨를 비틀었더니 다른 쪽 어깨도 따라 나왔다. 뒤이어 몸이 모두 빠져나왔다.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기절할 것 같다. 응원을 해 주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고동치는 엄마의 큰 심장 위에 놓였다. 늘 듣던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우는 소리가 난다. 내 호흡수와 같다. 울음을 그친 내가 숨을 쉰다. 부드러운 손길이 등을 토닥인다. 기도하는 엄마와 아빠를 드디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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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예정일을 3일 남긴 일요일, 이슬이 비쳤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진통은 없다. 12시간이 지나자 신경이 쓰일 만큼의 진통이 한 시간에 두세 번 온단다. 일요일에 만나자고 한 태담에 반응을 하는 아기가 신기하다. 정말 이야기 한 날자에 아기가 태어날까?

아기는 그 후로 여러 날을 머뭇거렸다.

# 5월 2일 진통 시작 1일째
오후 5시 입원
아기는 ROT에 가깝게 P position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골반은 넉넉하다.
경부 개대 1 finger tip,
경부 소실 70%,
하강 정도 station-2~-1

밥도 먹으러 나가고 조산원이 근처 동네 한 바퀴도 돌고 다시 들어와 잠깐씩 잔다. 아직 멀었음을 대변하듯 부부는 해맑게 웃고 있다.

자정 : 진찰 결과는 입원 때랑 별반 다르지 않다. 경부 소실은 70%지만 단단하다. 예전에 경부 폴립 제거 수술을 했지만 경부의 상태는 고르게 얇으니 다행이다. 출산을 대하는 두려운 마음이 원인일 것 같다. 집으로 돌려보냈다.

# 5월 3일 진통 시작 2일째
아침 9시, 여전히 진통의 간격은 10분 내외란다. 가끔은 30분 동안 잠잠하기도 하고 욕조에 들어가니 두세 시간 동안 쉬었단다. 화장실도 여러 번 가는 걸 보면 몸이 장을 비워 진통이 오게 노력 중인 거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걷고 있다.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부부는 스스로가 아직은 때가 안 된 것 같다며 더 집에 머물겠다고 한다. 대단하다.

# 5월 4일 진통 시작 3일째
하루 종일 어제와 비슷한 진통의 양상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진통이 강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다. 지칠 듯해서 걱정이 된다. 잘 먹기라도 해야 한다고, 용기를 더 내 보자고 말했다. 사랑이는 잘도 꼬물거린다.
저녁 7시, 다시 입원을 해서 진통을 촉진하는 테라피를 받기로 했다.
먼길을 다시 달려 들어오는 부부의 미소는 여전하다.

태아는 ROT에 가깝게 P position으로 진입된 처음의 위치와 같다. 산모의 장축(axis)과 아기의 장축이 (axis)가 맞지 않아 보인다.
진통 촉진 테라피 후 레보조(revozo)와 폴라베어(polar bear)를 적용해서 아기의 장축 방향의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자정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간간히 레보조와 폴라베어 자세를 하라고 했다. 남편은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장해 보인다. 하나씩 내려놓아야 하나! 제왕절개를 추천하기엔 아직 조건이 충분치 않다. 생각하지 않았던 20%의 제왕절개 확률을 설명했다. 실망하는 표정이지만 조금씩 출산의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

진찰 결과
경부 개대 2 finger tip,
경부 소실 80%,
하강 정도 station- -1
아기 심음은 건강하다.

# 5월 5일 진통 시작 4일째
소식은 잠잠하다. 조금 더 내려놓아야 할까?
어린이 날이라 길 위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종일 나는 그들의 진통을 궁금해했다.
배운 대로 레보조와 폴라베어, 걷기, 먹기, 쉬기를 하며 지냈다고 했지만 진통의 간격은 그대로 십 분이라고 전해 왔다.
조금 더 마음을 내려놓고 차선을 강구해야겠다.

# 5월 6일 진통 시작 5일째
여러 날 진통으로 함께 고단한 남편이 깜박 잠이 든 사이 아내는 홀로 제대로 된 진통을 했다. 드디어 진통 간격이 5분 전후로 짧아졌다. 새벽 네시 반 화들짝 놀란 남편의 전화에 덩달아 잠이 깼다.
새벽을 달라온 진통은 완벽했다.
초음파로 아기의 태세(axis)를 확인했다. 우와! 어정쩡한 오른쪽 하늘을 보던 녀석이 왼쪽으로 등을 바꾸어 완벽하게 자리를 변경했다.

ROT, ROP에서 LOT로..... 확신이 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니 잘 견뎌라.

경부 개대 3cm,
경부 소실 90%,
하강 정도 station- 0
아기 심음은 건강하다.

하루 종일 아주 천천히 자궁문이 열리며 내려온다.

밤 9:05분,
강력한 본 진통이 시작된 지 16시간이 지나는 밤, 진통 시작 5일 만에, 아빠를 꼭 빼닮은 3kg의 여자 아기가 태어났다.

우리는 서로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퍼부었다. 잘 살아낸 모두가 잘 태어난 새 생명에게 응원을 한다.
참! 잘했다!

백일이 되었다고, 건강히 잘 크고 잘 웃는다고, 감사하다고, 아기도 물론 이쁘지만 두 어른 모습에 나는 더 행복하다. '사진 올려도 되요?'네~네~그럼요 그래도 되구말구요'

해보지 않고서는 저렇게 웃을 수 없다. 글은 너무나 싱겁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보려 애쓴다.

엄마는 소소한 물건에 설랬었다. 이제, 저 옷과 포대기에 아기를 안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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