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함께하는 사람들, 둘라

사람들이 모르는 출산이야기

by 김옥진

조산사인 나는 모든 산모들이 행복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돕고 싶다. 의료적 개입이 거의 없는 조산원을 찾아오는 산모들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출산의 기억이 행복하기를 바란 지 이제 이십 년 째이다. 그동안 대부분 홀로 아기를 받았다. 출산은, 낳는 이나 받아내는 이나 몸과 마음이 함께 할 때 순조로와진다. 그러나 개개의 몸과 마음은 하나도 같지 않아서 모든 출산은 다르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드물게 순조롭지 않은 출산을 만날 때는 한계를 느끼곤 했었다.

2008년, 캐나다 여성인 리사를 알게 되었는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자연출산을 돕는 '둘라'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 외국 산모들이 원하는 '의료적 개입 없는 자연스러운 출산'을 하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어느 날 리사는 내게 외국인의 가정 출산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왔고 그 후 그녀가 소개한 독일 여성의 두 번째 아기를 성공적으로 받아내면서 우리는 서로 자연스러운 출산에 공감하는 사이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의 하이파이브는 그 후 있었던 외국 산모 가정 출산의 서막이었다. 금발미녀인 리사의 능력은 서울에 있는 3차 병원의 분만실까지도 섭렵하게 된다. 병원 출산을 돕게 된 날이면, 리사는 뭔가 늘 아쉽다고 말하곤 했다. 꼭 필요한 개입이었겠지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아쉬울 수 있었을 거다. 반면, 가정 출산을 마친 리사와의 출산 현장은 나 조차도 늘 기쁘고 뿌듯했다. 출산 중에, 혹은 출산 후에 리사는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내가 아는 것을 알려주며 리사도 함께 성장해 나갔다. 나 또한 주도적으로 의료적인 개입 없이 아기를 만나는 외국 산모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리사는 본국으로 돌아가서 조산사 과정의 대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강산이 한 번 변했다. 리사는 본국으로 돌아갔고 그녀로 인해 알려진 둘라라는 직업이 우리에게도 자생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연주의 출산센터에서 둘라를 쓰기 시작하면서 몇몇 병원의 주도적 출산에 둘라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자연주의 출산엔 늘 그림자처럼 둘라가 등장하고 점점 산모들 사이에 알려지고 있다.
2021년, 아쉽게도 강산이 변했지만 둘라들의 필드는 여전히 좁다. 그만큼 경험과 실습을 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경험과 지식 없이 산모 곁을 지키는 것은 굳이 둘라라고 칭하지 않아도 공감능력이 높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는 인식이 깨인 산모들에게, 미끼로 작용하면서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둘라가 양산되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매우 우려스럽다.

그에 반하여, 나는 일 년 반 전부터 출산에 둘라를 초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출산에 대한 공부도, 산모의 몸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간호사 둘라들이다. 진통의 과정에 참여하는 둘라는 조산사인 내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 둘라나 부를 수 없다. 둘라에 대한 검증은 출산을 함께 지켜보면 저절로 안다. 조산사는 산모의 상황을 둘라들에게 브리핑하고 둘라들은 각각의 산모들에게 맞게 둘라의 역할을 한다. 잠시 빗나가는 상황이 되면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방법을 동원해 보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아기를 받아낼 때, 그들이 새 생명을 만나며 감격할 때, 기쁨을 둘라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여성의 출산이 이런 거구나라고 홀로 무릎을 치며 감탄하는 순간에 또 다른 축복을 주는 둘라들이 있어 출산의 잔치가 빛난다.

출산의 공포로 제왕절개를 하겠다던 미희는 출산 교육과, 같이 임신한 친구의 지지로 자연출산을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마음 밑바닥의 두려움이 말끔해지지 않은 채 시작된 진통은 미희의 몸을 굳어버리게 했다. 미리 계획한 대로 둘라들이 그의 진통에 함께하면서 조금씩 용기를 얻었다. 초산치고는 컸던 아기는 예상 출산 시간을 지나 지치게 만들었지만 끊임없는 지지와 근거 있는 움직임과 근육테라피는 아기가 제길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왔다. 무사히 출산을 마친 미희는 진통으로 지쳐갈 때 무통주사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입 밖으로 말하지 않고 견딘 미희가 대견했다. 묵뚝뚝한 남편은 잘 참아낸 아내에게 진심 담긴 여러 번의 뽀뽀를 했다.
사랑하는 부부가 되었다!
엄마가 되었다!
아빠가 되었다!
여태껏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살게 될 거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경험할 거다.
그 힘으로 아기를 키울 것이고 사랑받은 아기는 또 다른 사랑을 다른 이와 나눌 것이라 확신한다.

부모 됨에 조산사와 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