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가수 이소정 힘내라!!!!!

살아가기

by 김옥진

싱어게인을 본방 사수하며 매주 행복한 월요일 심야를 보냈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서 할 수 있었던 본방사수는 크리스마스나 생일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이 손꼽아졌다. 얼리버드인 나는 저녁 아홉 시면 하품이 나오곤 하는데 그 방송을 놓칠세라 월요일 초저녁에 잠을 미리 자두기까지 했다. 보았던 것을 재방하는 것도 보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또 재방이 나와도 넋 잃고 보았다. 방송이라는 것이 대본이 있고 그대로 꾸려가는 것인 줄 알고 보지만 가끔 엇나가는듯한 짧은 화면들이 주는 인간적인 면이 보기 좋았다.
화면에 비치는 것만이 모두가 아님을 알기는 하지만 화면 밖을 상상할 수 있도록 편집한 것도 감동을 선사했다. 누군가를 제치고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연이고 싱어 게인 또한 그 테두리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짬짬이 참가자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환호성과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한숨소리가 보는 내내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김창환 밴드에서 노래를 불렀던 나이 든 가수의 진심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아들뻘 되는 팀 경연에서 손 내미는 젊은이를 보면서 각박하다고만 여기는 세상이 아직은 따듯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뭐니 뭐니 해도 노래를 하는 경연이니 노래를 잘해야 한다. 개인적인 느낌일지 몰라도 타 경연에 나오는 경연자들보다 창의적이고 개성이 넘쳐흘러서 보는 내내 화장실 가는 것도 아까울 지경이었다. '펌 군단'들의 노래는 단연 최고 중 최고였다. 젊은 펌 30번, 63번을 보면서 최초로 젊음이 부러웠다. 나도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맘껏 멋데로 노래를 부르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맘도 들었다.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환호를 하다가도 아주 잠깐 그들의 부모가 생각난 건 내 나이가 그들의 부모세대와 같아서였을거다.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 우리 세대가 기타 치고 노래를 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들과 딸들이 성에 찼을 리 만무했을 거다.
중년의 두 펌 군단의 노래는 삶의 연륜이 목소리에 넘쳐흘러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히트하지 못했어도 지금까지 노래 부르기를 계속해온 그들의 삶이 싱어 게인 출연으로 빛이나길 마음 다해 기도한다.
'마리아'를 부른 가수 유미에게도 큰 응원을 보내고 싶다. 히트곡이 있었음에도 자신을 무명가수로 여기며 경연 참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그녀의 도전과 겸허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모든 참가자들의 멋진 의상과 분장을 보며 궁금증도 있었다. 어떤 이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 해결을 해야만 했을 거다. 아직 무명가수이거나 신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나의 편견에 모든 참가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무대는 멋져 보였다.

첫 방송부터 두 눈을 말똥히,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던 가수는 이소정이다. 걸그룹의 사고로 깊은 수렁을 헤치며 소심하게 내디딘 첫 경연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불쌍한 가수가 되고 싶지 않겠다는 소망을 말했고 이어지는 경연마다 피를 토하듯 온 몸으로 노래를 불렀다.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 주인공인 메리다처럼 빨강 파마머리에 빨강 원피스를 소정의 활기찬 모습은 드디어 한걸음 내디뎠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보기 좋았다. 마음을 다해 응원했다. 이소정의 열정과 끼는 결국 마지막 파이널까지 통과했다. 여섯 명의 내로라하는 실력 있는 가수들의 노래엔 각각의 사연과 전하고자 하는 이유들이 있었다. 그들의 삶과 함께한 선정된 노래들은 그들과 한 몸처럼 느껴졌다. 소정이는 '안아줘~'라는 노래를 선곡하며 움츠려 있던 자신을 이젠 안아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싶어 선곡을 했다고 했다. 벗어난 듯 보이지만 아직도 기억되는 슬픔이 느껴졌다. 그래, 그만큼이어도 충분해! 잘할 수 있어! 너라면 그렇게 될 거야! 너무나 실력이 좋은 사람들끼리의 경연이라 순위를 메긴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운도 따라야 되고 다잡은 물고기를 어처구니없게도 코앞에서 놓치는 일도 있으니까! 그래도 힘내라 이소정! 응원의 마음을 마구 날렸다. 가슴 저미는 가사와 약한 허스키한 소정의 목소리는 원곡 가수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노래하던 소정이 중간에 주저앉으며 잠시 머리를 쥐어박았다. 가사를 놓쳤다는 객관적 사실보다 가사에 너무 절절히 몰입하다 생긴 일처럼 느껴졌다. 듣는 나도 노래만 듣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듯이 내가 알지 못하는 소정만이 갖고 있는 감정이 가사를 잊게 한 듯 보였다. 어쨌든 소정은 가사를 놓쳤고 눈물을 글썽였다. 경연은 어찌 되었던 경연이다. 일등은 개성 넘치는 치리 치리 뱅뱅을 불렀던 이승윤에게 돌아갔다. 다시 말하지만 여섯 명의 파이널 가수들은 경연이 아닌 공연을 펼쳤다.

어찌 되었던....


노래 가사처럼 내 앞에 있으면 꼭 안아주었을 거다. 나의 작은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다가갈 것을 믿는다. 밥 잘 먹고 건강하길 기도 해! 파이팅!

소정!
네겐 힘이 있어. 그 힘을 믿어봐! 노래 잘하는 너를 응원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가 끝날 무렵 왠지 모르지만 목이 메어 한참 동안 앤딩 크레디트를 보며 꿀떡거렸던 마음이 소정의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되살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