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M 47시간, 자연출산이 옳았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인화는 예정일 이틀 전날, 한밤중에 양수가 나왔다. 자연출산을 하기 위해 날마다 108배, 혹은 만보 걷기를 해온 그녀로서는 지금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대부분 진통의 시작보다 양수가 먼저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진통이 시작되지만 오후가 되도록 본진통이 오지 않는다. 90킬로나 떨어져 있는 산모에게 상황을 보러 다녀가라고 할 수 없다. 진찰받았던 산부인과 병원에 가서 진짜 양수 인지, 자궁문은 얼마나 열렸는지, 양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등을 알아보러 다녀오시라 했다. 1cm 개대, 자궁문은 앏아졌고, 양수가 나온 것이 맞다고 했다. 진통을 더 기다려 보고 싶다고 하니 당장 입원을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저녁에 오면 안 받아 줄 것이고 감염의 우려가 있으니 대학병원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단다. 진통 시작 전 양수가 터지면 처방하는 항생제도 줄 수 없다고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뻔했다. 그래도 진행상황을 알게 되었으니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양수가 나온 후부터 그녀의 출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공교롭게도 밤 열 시 반에 양수가 나왔기에 미리미리 자연출산병원 상황을 알아 놓는 것도 내가 할 일이었다.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니 병원의 상황을 알아두어야만 한다. 세 곳의 병원을 알려주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시라 했다. 아기를 낳는 사람만 하겠냐마는, 나 또한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은 최대한 그들의 편에서 자연출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다음 할 일이다. 결정은 그들이 하는 것이고 나는 결정에 따라야 한다.

갈등과 두려움만 커진 병원 진찰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에 다녔던 한의원에 들러 자궁수축 혈점에 침도 맞고 불수산도 먹었다고 알려왔다. 그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양수가 보인 지 24시간이 다가온다. 다행히도 저녁이 되자 슬슬 10분 전 후의 기대하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벽녘이나 오려나? 마음 한편엔 그래도 병원을 가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아직 진통이 약하니 아침까지 기다려 보고 본진 통이 오지 않으면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병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자연출산을 하는 병원도 이곳처럼 멀지만 그렇게 하고 싶단다. 나이 든 초산의 진통은 양수가 나오지 않아도 더디다.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뒤숭숭한 꿈을 꾸었다. 더듬더듬 머리맡의 핸드폰을 켰다. 새벽 네시 반!. 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인화의 진통은 더 이상 세어지지 않았거나 없어졌나 보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까? 궁리를 하다가 금세 다시 잠이 들었다. 벨소리가 울린 것은 새벽 6시! 다행히도 인화는 밤새 진통을 했고, 먼 길을 달려와 벌써 조산원 문 앞이라고 했다.

진찰을 했다. 자궁문이 많이 얇아져 있는 걸 보면 밤새 진통을 한 것이 맞다. 양수가 샌지 24시간+7시간이 지난다. 초음파를 보니 양수는 조금밖에 없으나 아기의 방광에 소변이 그득하다. 잠시 후면 아기가 소변을 볼 것이고 양수는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이 정도 양수 양이면 걱정할 만큼은 아니다. 사 오분 간격으로 인상이 써질 만큼의 수축이 오고 갔다. 그녀는 진통으로 얼굴이 구겨지지만 나는 기쁘다.

아기의 위치도 가장 적절한 *LOT(left occiputo transverse )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자궁경부 3cm 개대, 80% 의 *소실(effacement), 아두의 *하강 정도(station).-2이다. 초음파상 BPD(Biparietal diameter)를 잴 수 없게 골반 입구에 *진입 (engage)되어 있다. 오는 길에 진통 간격은 3'~4'분 간격이었으나 6am현재 (*prm30시간째) 5~6분으로 늘어났다. 먼길 오느라, 밤새 간헐적 진통으로 잠을 못 잔 이유일 것이다.
7am: 자고 있다.
8am: 진통이 세졌다고 남편이 부른다.
8:30 am 라둘라스 팀이 도착했다.

근육 풀기 30분
레보조 20분
한 시간 쉬기
9am deep the hip운동
10am 진찰하니 3cm~4cm 자궁경부가 열리고 아두의 하강 정도는 -1으로 내려왔다. 이 정도면 자연출산의 확신이 든다.
진통은 자주 세게 오지 않으나 노산이니 이만하면 본괘도에 오른 셈이다. 다행이다. 다른 곳으로 출산 장소를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방광을 비우러 화장실도 잘 가고 바나나랑 사과, 초콜릿을 먹는다. 간간히 매실주스도 수분 보충, 열량 보충으로 열심히 마시고 있다.

11:30 am 자궁경부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아서 라둘라스 어벤저스팀이 두 번째 근육 풀기를 했다.

(ovariectomy(Oophorecectomy) 흔적 발견.)
태아 심박동 수를 재려다 치골 바로 위에 수술 흔적을 발견했다. 과거 오른쪽 난소를 떼어낸 자국이라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 흔적과 똑같은 난소 적출술 흔적을 보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제왕절개 기왕력? 그렇다면 지금 VBAC의 과정 중에 있는 것인가? 아기 낳는 이의 과거력을 샅샅이 밝혀내기란 쉽지 않은 데다가 어처구니없게도 과거에 거짓을 이야기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왕절개를 한 사람이 자연출산을 하고 싶어서 난소 수술을 했다고 했었다. 별문제 없이 아기를 낳았지만 산부인과 과장님들이 지금의 나처럼 긴장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내 안의 상처가 건드려지자 불안이 자리를 차지한다. 다시 한번 물었다. 어제요? 어느 쪽을요? 난소를 적출한 것이 맞죠? 떨리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고요히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산모의 말을 믿었다.

1pm 5cm 개대, 이제야 아기 머리 앞에 양막이 만져졌다. (자궁경부 개대가 3cm 이내의 경우 양막을 확실히 느끼기가 어렵다. ) 자궁수축으로 빵빵해지는 양막, 어디서 새어 나왔는지 몰라도 양막에 구멍이 났던 것은 맞지만 질과 통하는 곳은 양막으로 막혀 있으니 감염의 확률은 떨어진다. 걱정 하나가 사라졌다.
양수가 먼저 나오는 경우를 보고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한다. 주로 감염(infection)과, CPD(cephalo pelvic disproportion, 아두골반 불균형증:쉽게 말해 아두가 크거나 골반이 협소한 경우, 낳는 사람의 골반크기가 나오려는 아기 머리와 맞지 않다는 거다.)에 대한 이야기다.

진통 시작 전 양수가 나올 때 1차 접근은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고 혈액으로 염증 수치를 검사(CRP) 한다. 염증 수치가 점점 오르거나 이미 오른 상태이면 빨리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맞다.
아두골반 불균형(CPD)이라고 진단을 내리는 데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태아의 두개골은 산도의 크기에 맞게 나올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단지 다른 보통의 경우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문제는 분만 촉진제 없이,, 아기의 머리가 응형(moulding)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거다. 의료진도, 산모도, 이유는 다르지만 기다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2pm 5~6cm 개대 하강 정도 0
이쯤에 speening baby에서 나오는 side lying을 하게 되면 골반 출구가 넓어진다. 어떤 경우엔 side lying 삼십 분 후 아기 내어밀기반사(혹은 태아 방출 반사)가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2:30 side lying 30분 후, 힘주는 소리를 가끔 내는 걸 보면 아두가 많이 내려왔음이다.
3pm~4pm 아기의 등이 바닥을 향하도록 완쪽으로 눕히고 발목에 땅콩볼을 고여주었다.(골반 출구를 넓혀주는데 도움이 된다.) 힘이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도 시원찮다. 나이를 생각하면 그러려니, 그만하면 훌륭한 자궁수축이지만 좀 조바심이 난다. 양수가 나오긴 했어도 지금 만 저지는 아기 머리는 양막에 싸여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5:40 pm 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다. 강한 진통이 오면 힘주기를 했다. 매 삼십 분마다 자세를 바꾸었다.
6:40 pm, 바깥 골반이 좁은지 더디다.

출산 의자에 앉아보자고 했다. 힘들고 지쳤음에도 벌떡 일어나는 인화는 장해 보인다. 출산 의자에 앉아 세 번의 진통을 했다. 아기가 나오는 바깥 피부가 탱탱하게 붓는다. 아기 머리뼈와 엄마의 골반 뼈 사이의 근육들이 비좁은 산도를 압박하는 거다. 부어있는 바깥 피부는 태아 만출시 힘없이 벌어지기 일쑤다. 출혈도 많아지고 회음손상도 심해질 확율이 높다. 출산 의자는 인화에게 맞는 기구가 아닌 거다. 별수 없다. 옆으로 눕던지, 똑바로 누워 상체를 45도 올린 자세를 취하던지 해야 한다. 아기를 만난 8:05 pm까지 열심히, 정말 열심히 힘주기를 했다.

본격적인 힘주기를 시작하면서 남편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인화의 요청도 있었고 출산 시 남편의 부재로 얻는 이득에 대한 설명을 들은 남편은 강하게 긍정을 표했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한걸음에 들어왔다.



사연이 많고도 길다. 오래걸렸지만, 모두 모두 잘 견뎠다. 우리는 모두 승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