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다.

동생이 생기는 아이들

by 김옥진

지성이와 하리가 남동생을 보았습니다. 엄마가 힘을 뽕하고 주었더니 동생이 물속으로 헤엄쳐 나왔어요. 지성 오빠도 하리도 작은 샬롬이의 손을 만져보았지요. 이렇게 작은 손이 세상에 있을까요.

두 녀석이 번갈아가며 아기 얼굴에 제 얼굴을 들이 밀고 있습니다.


엄마가 조산원으로 진통하며 가는 길에도 아이들은 꿋꿋하게 엄마를 위로했답니다. 예상보다 진행이 빨랐어요. 아침 7시 30분에 진통이 시작된 지 사십 분이 지난다고 전화를 받았어요. 8시 30분쯤 출발을 하시라 했지요. 얼른얼른 빵을 먹이고 준비시키느라, 뭐 둘째도 조산원에 도착해서 두 시간이나 지난 후에 태어났기에, 조금 여유를 부린듯했어요. 그런데 예상 밖으로 진행이 빨라 보입니다. 절대로 셋째라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도 궁금합니다. 9시 10분에 도착시간까지 15분이 남있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운전하랴 아이들 보살피랴, 진통하는 아내의 상황 살피랴 태어나서 이런 멀티 액션을 처음 해보셨을 거예요.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혹시 도움이 되려나 싶어 일층까지 마중을 나갔어요. 마침 비상등을 켜고 눈에 익은 차가 들어옵니다. 조수석에 앉은 산모는 손잡이를 부여잡고 애를 쓰고 있었어요. 다행히도 아기는 차 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부축하며 내리는 순간,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큰소리로 제게 인사를 했습니다."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는 길, 양막이 열리고 힘이 들어간다고 하여 너무 진행이 빠르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 와중에도"아니야! 그냥 빨리 가세요!"전화기 너머로 소리가 들렸지요. 그동안의 서로 알아가며 갖게 된 믿음이 느껴졌습니다.


산실엔 이미 수중 출산을 위해 따듯한 물을 준비해 놓았지요 산모는 초를 다투어 아기마지 풀에 첨벙 들어갔습니다. 진통이 폭풍처럼 오가는 등에 따듯한 물을 부어줍니다.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의 바람은 한 가지뿐이었어요.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건강하게, 행복한 아기 마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십여 분 후, 바람대로 순조로이 아기를 만났습니다. 아기를 받아내며 산모가 얼마나 건강하고 깨끗한 몸을 가졌는지 감탄스러웠어요. 문득 둘째 낳을 때가 떠올랐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무릎을 쳤습니다. 그녀는 내게 '아기 받는 일'에 대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했었어요.

"아기는 이렇게 낳고 받아내는 거야,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왜 이렇게 빨리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물었습니다.

"임신 동안 편안했지요?"

"네, 셋 중에 제일 편안했던 거 같아요"

정답은 바로 편안한 임신기간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나 인생 중에 몇 번 안 되는 임신이라는 상황에서 조차요. 매 순간이 엄마와 연결되어 있는 태아는 모든 것을 엄마와 교류합니다. 너무 사소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수많은 상황들도 함께 합니다. 보이지 않는'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산의 과정이 순조롭기를 원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태아의'마음'을 알아차리는 지혜로움이 필요합니다. 태어나서 고요히 엄마품에 늘어져 있는 녀석은 평안해 보입니다. 가족 모두가 태교를 아주 잘했다는 반증입니다.


온 가족이 미역국을 먹습니다. 반찬으로 김을 주었는데 하리가 밥을 먹다가 말고 방금 태어난 샬롬 이에게 불쑥 김 한 장을 내밀었어요. 하리가 김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최상의 호의라고 엄마가 귀띔해 줍니다. 방금 태어난 아기 입에 김 부스러기가 묻어 버렸어요. 세상에 이런 귀한 장면이 몇 장이나 있을까요.

내어주는 누나 하리가 조금만 섭섭하기를 바라봅니다.


하리가 태어났을 때 오빠 지성이는 엄마가 아기를 안고 젖을 주는 것을 보고 샘이 났었어요. 자기도 젖을 먹고 싶다고, 자기도 아기처럼 안아달라고 떼를 부렸었는데 이제는 제법 점잖은 어린이로 자랐답니다.

이번엔 그런 일 없습니다.


아기를 낳은 지 하루가 지나갑니다. 보내온 동영상에서 하리가 엄마 곁에서 이렇게 말해요.

"아기 이쁘다!

하리도 아기였지?

하리도 아간데!"

수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보니 속상한 하리 마음이 보입니다. 엄마는 마음이 짠해 하리를 꼭 안아주었어요.

"그럼! 하리도 아직 아가지? 하리도 엄마젖 많이 먹었지! 사랑해 하리야!"


또다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선민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이젠 제 마음이 짠해져요.

세상의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제가 그랬듯이,

선민도 그럴 겁니다.

잘 살아질 겁니다.


봄꽃이 지고 초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입니다. 꽃밭에 고고해 보이는 황제 붓꽃이 솟아납니다.

좋은 날 태어난 샬롬이가 저 꽃처럼 위풍당당히 자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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