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는 것

살아가기

by 김옥진

조산사 선배가 산후조리원을 정리했다. 19년이나 일 했으니 '시원 섭섭' 이 가장 어울리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한다. 그 시절 동안 삼 남매 아이들이 성장했고 선배는 나처럼 머리 희끗한 중년을 넘어 초로의 여인이 되었다. 일하는 엄마, 특히 조산사라는 직업은 사람 노릇을 못하는 직업 중에 하나이다. 대부분의 일요일엔 직원들 쉬게 하느라 다른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19년 동안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엄마가, 아내가 없었다. 가족 모두의 견딤이 없었더라면 지금은 있을 수 없다. 지난 일요일, 선배는 조리원을 정리한 덕분에 19년 만에 남편의 점심을 차려 주었다며 무심히 이야기했다. 선배 목소리에 내 마음이 흔들렸다. 물건들을 치우고 버리고, 트럭 몇 대가 들락 나락 하며 선배의 고됨도 함께 빠져나갔으리라. 손때 묻고 진한 마음 박힌 여러 가지 들이 비워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얼마나 허허로왔을까. 긴긴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내 내가 한 말은 고작 '잘하셨어요. 우리 이제 시간 많아졌으니 훌쩍 여행 한번 다녀 오지요'였다. 여장부 같은 큰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일을 접긴 아쉬워서 당분간 조산원 일은 하기로 결정했다신다. 다행이다 싶다. 선배의 인생이 건강하게 천천히 가고, 더 많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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