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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un 06. 2022

6월의 시골살이

홍천텃밭일기

요일을 잊고 산 지 오래인지라 평소처럼 생각 없이 시골집으로 향했다. 아뿔싸! 오늘이 황금연휴 첫날인 것을, 한 시간 반 거리가 다섯 시간 걸렸다.  어차피 오늘 안엔 도착하겠지, 마음을 놓으니 막히는 길도 지루하지 않다. 편의점 쇼핑도 하고 낯선 도시의 콩나물 국밥도 맛보았다. 양수리 강변서 차를 세우고 수상 스키하는 젊은이들도 만났다. 햇살이 물보라와 만나 만들어진 물길은 후끈한 공기를 잠재웠다. 세상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천천히 가기로 한다.

조용한 시골 국도도 가고 오는 차 소리로 부산스럽다. 바쁜 사람들은 연휴에 어디엔가로 소풍을 가야 하니까 한가한 나는 평일에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정신없이 바빴던 젊은 시절, 이 사람들처럼 아이들 데리고 막히는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가!  오랜 시간 차를 탄 덕분에 발바닥 붓기가 느껴졌다. 땅을 밟으니 도시와 다른 풀냄새에 정신이 맑아진다.


비워졌던 일주일 사이 꽃밭은 들풀로 가득 찼다. 쳐다만 봐도 허리가 아파온다. 작물들은 가뭄 때문에 오갈이 들어서 비실비실 생기가 없다. 그럼에도 대표 잡초 격인 명아주, 망초대, 까마중 등은 대가뭄에도 기개가 하늘을 찌른다. 작정을 하고 하루 종일 풀을 뽑았다. 풀을 뽑기 편하도록 필요할 때는 네발로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드물게 가뭄에도 의연한 꽃들도 있는데 메리골드가 그중 최고인 듯하다. 작년에 거두었던 씨앗을 뿌려 빡빡하게 싹을 틔운 곳엔 풀들이 얼씬도 못하고 있다. 허브라서 건드리면 향기도 난다. 벌레를 쫓는데도 효과적이라니 여러모로 쓰임이 있는 유용한 꽃이다. 이제부터는 메리골드를 우리 집 주종목 꽂으로 정해야겠다.


목마른땅에 종일 물을 주었다. 물을 주기 시작하자 단 몇 시간 사이에 꽃들이 기지개를 켠다. 꽃대도 올라오고 잎사귀도 반듯하게 펴졌다.

씨 뿌려 발아한 채송화가 노란 꽃을 피웠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들을 널직이 간격을 두고 다시 심었다. 잎사귀에 물을 듬뿍 담고 있는 선인장과 인 채송화는 뿌리 없이 꺾기를 해서 다른 곳에도 심어도 잘 자란다. 기다랗게 자란 채송화는 그렇게 하였다. 햇빛 쨍쨍한 여름날 아침, 마당 한편을 울긋불긋 수놓을 작은 꽃을 빨리보고 싶다.


완두콩을 따서 밥을 짓고 상추 겉절이와 깻잎순 나물로 계절밥상을 차렸다. 금방 따온 딸기 스무 개는 다섯 개씩 나누어 먹었다. 힘들지만, 천천히 지나는 시간이 사는 시골살이가 점점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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