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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11. 2021

전원생활

홍천일기

일주일 만에 들어간 시골집,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데크 문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다. 넥센으로 말끔히 겨울 준비를 마친 데크 문에 구멍이 나다니! 대각선으로 규칙적으로 나 있는 여덟 개의 구멍을 보고 마음이 심란스럽다. 게다가 집을 나올 때 닫고 나왔던 데크 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누군가가 들어왔었나? 누군가가 총을 쏘았을까?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총알이 없다. 시골살이는 쉽지 않아!  상상은 꼬리를 물고 두려움이 점점 부풀었다. 연이어 도착한 동생은 구멍을 보고 나서 웬일인지 생각 외로 침착했다. cctv를 달아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앞뒤 사정이 맞지 않는 구멍에 대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인 가족들 모두는 탐정이 된 양 고민을 한 모양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실마리가 풀렸다. 범인은 동생! 문짝을 달고서 틀어지지 않도록 대각선으로 각목을 댔는데 뭔가 맞지 않아 다시 뜯어내고 다른 편 대각선에 문을 고정했던 거다. 기존 대각선 나무를 떼어내니 넥센과 각목을 고정했던 곳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다.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했던 검은 감정은  순식간에 싹 사라졌다. 간사한  내 안의 인간이라니...애꿎게도 범인이라고  떠올려졌던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구린내나는 것은 그가 아니고 나였다.


겨울준비 난로에 나무를 때어 고구마를 구웠다. 구수한 군고구마의 달달함에 총알구멍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두려움이 사그라들었다.  요즘 나도 동생처럼 깜박깜박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남편과 다투는 정도도 빈번해졌다. 어이없는 결말을 맞을 때마다 툭탁거리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어보이는지.


 " 너무 극성떨고 살지 말아라. 네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슬쩍 저주는 것도 괜찮아. 좋은 마음을 가지면 좋은 결말이 오지. 그래야 네 삶도 편해져"  


어머니의 가르침을  밑바닥에서 슬금 꺼내온다. 그래야겠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다. 그냥 그러려니하고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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