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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an 29. 2024

내 사랑 '반송'

어설픈 전원생활

동장군이 물러가고 따듯해진 겨울들판, 내 사랑 '반송'가지치기를 했다. 가지가지에 마른 솔잎들이 둥지를 튼 듯 수북이 싸여있다. 바람도 비도 피해 갈 정도로 수북하다. 얼마나 갑갑했을까. 온갖 장대를 가지고 구석구석 목욕을 시켰다.

털어내고 잘라내는 동안 마른 솔잎 몇 개와 작은 솔방울이 옷 속으로도 들어왔다. 하나씩 빼려니 바사바삭 부서저 조각이 난다. 한참을 겨울 마당에 서서 춤을 추듯 솔이파리를 꺼냈다.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더니 따듯하게 느껴졌던 겨울마당이 오싹하다. 목 뒤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겨울이 맞다.


 반송 가지를 기둥 삼아 지어진 벌집발견! 그것도 두 개씩이나... 어쩐지 지난여름엔 집 주위에 벌집이 없더라 했더니 사람눈 피해 아늑한 곳을 선점했다. 벌들이 점점 사라진다고 하니 이곳에서나마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내년에도 기억하고 찾아오기를....

몸을 녹이려 비닐하우스에 들어왔다.

세상 봄날에 버금갈 정도로 따듯하다 해님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다가 너무 눈이 부셔 돌아 앉았다. 등이 따끈따끈 하다. 생에 최초로 지은 집'비닐하우스'.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집은 그만 짓자고 입을 모았다.



오늘이 예정일인 산모의 진통을 기다리며 아무 일도 안 하고 며칠을 보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바쁘게 살아온 내게 아기가 주는 선물, 고맙게 잘 지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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