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말고 묵묵히 가야 하는 산파의 길.
막 조산원을 연 후배의 넋두리를 듣는다. 시시콜콜 속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되려 고맙다.
그랬구나 응 그랬어,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나도 그랬었어. 다 지나가더라. 속상한 것 이루 말해 뭐해. 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멀찍이 놓고 보면 사실 그리 큰 문제도 아니지. 아기를 품고 낳아 기르는 것처럼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고, 조금 힘이 난다면 그것이 무엇이던 보듬어 주렴. 누구나 다 그렇게 살지만 특히나 산파는 진득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내 살을 모두 내어주는 것 같지만, 그래서 가끔은 손해 보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내어준 것보다 더욱더 크게 돌아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을 거야.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이면 조산사였을까!
나도 가끔은 이런 생각을 왜 하지 않겠니. 참 많이 생각하다 내려놓고, 생각하다 지치고 그랬어. 그러다가 할머니 나이가 되고 보니 그래도 어느 직업보다 행복했더라고. 진즉에 그 기쁨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해. 나보다는 빨리,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껴보길 바란다.
오늘, 둘째를 낳았던 산모가 셋째를 품고 찾아왔지. 전쟁터 같았던 첫아기 출산과 대비되는, 물에서 낳은 둘째 출산, 둘째를 가슴에 안고 웃는 모습은 어떤 미사여구보다 찐했어. 정말 피 한 방울 없이 아기가 나왔었어. 감격스러웠지. 산파는 언제나 모든 산모들에게 최선을 다해 안위를 돕지만 산모의 몸과 마음도 함께 깨끗하고 건강해야 해. 그녀가 그랬지.
산모도 산모려니와 남편이 이번에도 둘째 출산처럼 낳으라고 했다네. 둘째 출산을 함께한 긍정이 심어진 남편은 자기 아내는 아기를 잘 낳는 여자라고 자랑하며 다닌다고 수줍게 웃었어. 이럴 때 난 희열을 느끼곤 해.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그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런 말을 했어.
난 그 뜻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평화로운 출산으로 깨닫게 된 사랑이지. 그녀의 남편도 맨가슴으로 갓 태어난 생명을 안고 난생처음으로 진사랑을 느꼈을 거야.
산파는 사랑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사람들이야. 언제나 퍼줄 수 있는 사랑은 샘물 같은 엄마의 젖처럼 늘 가득 차 있어. 그 사랑을 나누어 주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네 안의 산파의 유전자를 한번 꺼내보렴. 너도 채 알지 못했던 찐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힘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