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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y 19. 2023

어처구니없는 법도 따라야 한다.

산파일기


사회면 뉴스에 폐기물처리에 관한 범법행위나 문제점이 종종 등장한다. 가끔은 폐기물을 산더미처럼 방치한 사람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 국민들이 분노하기도 한다. 적절한 제도와 합당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조산원에서도 의료폐기물을 배출한다.

출산하면서 나오는 피나 양수, 사람의 몸에서 나온 분비물과 산모의 자궁에서 나오는  태반 등이 그것이다.  사실 조산원은 건강한 산모들의 출산을 돕기 때문에 출산 시 나오는 것들이 질병을 퍼트리는 확률은 많지 않다. 조산원도 의료기관이니 법에서 정한 데로 의료폐기물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은 합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출산 시 나오는 태반 또한  인체 적출물로 분류되어 전문적인 처리 업체로 보내진다. 적법한 처리 업체는 이 모든 것은 소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산율이 줄어든 지금, 조산원도 함께 조용하다. 그런 결과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의 양이 줄거나 어떤 달은 하나도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 번씩 폐기물 처리비는 꼬박꼬박 자동이체로 빠져나간다.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그렇게 비용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수했다. 폐기물이 없어도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는 업체의 주장에 나로서는 대응할 도리가 없었다.


 의료폐기물 처리를 전산화한다는 공문이 보건소로부터 발송되었다. 살면서 발생되는 다양한 폐기물들이 적법한 과정으로 처리된다니 좋은 일이다. 불법적인 폐기물 방치는 없어져야 한다. 잘 만든 법이다. 폐기물양을 전산화하기 위해 비콘 테그라는 것을 설치했다. 기계를 샀고 폐기물 업체가 설치를 도와주었다. 조산원은 2주에 한 번씩 폐기물 업체가 방문을 한다. 합법적인 폐기물 보관 기간은 최대 2 주라 서다.

  5월부터 법 적용이 되었다. 의료폐기물이 생기면 직원은 비콘 태그로 왔다 간 것을 확인하고 폐기물 중량을 적는다. 20m 밖에서도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폐기물 업체 직원이 말했다.


다 좋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생기고 있다.

지난번처럼 폐기물 발생이 없어도 비용만 지출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이번 법에는 비콘 태그로 일단 체크가 되면 의료폐기물을 반드시 가져가야만 한단다. 소각장에 어떤 물건이라도 집어넣어야 된단다. 게다가 폐기물에는 주삿바늘 통도 포함되어 있다. 조산원에서는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연스러운 출산은 약물이 필요치 않아서다. 주삿바늘이 폐기물로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2주에 한 번씩 폐기물과 주사 바늘 통도 가져가야만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빈 통이라도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한다. 폐기물 업체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료 폐기물 처리 비용에 더하여 나오지도 않는 주삿바늘 통을 비용을 지불해 사서 빈 통을 소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해야 합법이란다.

의료기관인 조산원은 출산이 없어도 출산 의료 폐기물이 소각장으로 가야만 되고 사용된 주삿바늘이 없을 경우 빈통이라도 사서 소각을 해야 합법이란다.

최소한,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며, 소수의 현장소리도 소중히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기가 그리도 힘든 것일까?


사진출처 갤러리 아뜨리에.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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