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파일기

태아의 머리가 크다고요?

산파일기

by 김옥진


아기 머리가 크다고요?

그래서 빨리 유도 분만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으셨군요. 아직 출산 예정일이 보름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덜컥 겁이 나셨겠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하는 마음도 드셨지요? 두상이 큰 남편이 슬금 미워지기도 하셨겠어요. ㅎㅎ


보내오신 초음파 사진의 아기 머리 (BPD, Byparietal diameter 좌우 측두 골간의 거리) 길이는 9.94cm로 작은 크기는 아닌 것으로 보여요. 저도 드물게 유전적으로 두상이 큰 태아를 종종 만나곤 합니다. 부모 중 한쪽 혹은 두 분 모두의 머리가 클 경우에 태아의 머리도 대부분 평균보다 크거든요. 그렇다고 모두 제왕절개를 하지는 않습니다.

아기를 잘 낳고 못 낳고는 상대적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아기 머리가 커도 엄마의 골반이 넉넉하면 잘 낳을 수 있습니다.


태아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 태곳적부터 준비도 해 왔습니다. 태아의 머리뼈는 골반에 맞춰질 수 있도록 각기 떨어져 있답니다. 태아의 머리가 엄마의 골반에 맞게 찌그러져서 나오는 것이지요. 머리가 길쭉 해져서 태어나는 아기들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길쭉 해진 머리는 이 삼일 안에 제 자리를 잡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거의 10cm가 다 돼가니 충분히 유도 분만을 권유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클 경우엔 제왕절개를 할 확률이 있다고도 말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사실 BPD가 10cm가 되면 제왕절개를 권하는 것이 옳다고 산과 교과서에 나와 있습니다.

자연출산을 돕는 조산사 입장에서는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 개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이 내내 아쉽기만 합니다.


출산 예정일까지 남은 보름 동안 아기의 머리가 가분수처럼 마구 커지지 않습니다. 그럴 것만 같아 생각만으로 몸서리를 치는 산모분들이 아주 많아요.

뭐 조금은 더 클 수 있겠지만요. 용기를 내셔도 됩니다.


보통의 산모들은 인생의 황금기를 살고 있습니다. 제일 건강하고 활기찬 시기를 지내고 있지요. 딱히 아프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드뭅니다. 유도 분만을 한다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사실 없습니다. 유도 분만의 부작용 중에 산후 출혈이 있는데 이것 또한 강력한 자궁 수축제를 쓰면 금방 바로잡을 수가 있습니다.


단지 유도 분만을 미루고 자연스럽게 탄생의 날을 기다리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자연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유도 분만은 엄마가 밀어내는 수축의 강도에 약물의 힘이 더해져서 자궁수축을 강하고 길게 만듭니다. 자궁도, 태아도 숨을 쉴 틈이 줄어듭니다. 몰아치는 진통으로 두 생명이 위태해질 수 있어요.


현대의 출산은 태아를 되도록이면 빨리 꺼내서 산모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빨리빨리가 아기나 산모에게 주는 해악에 대해서는 입을 다뭅니다. 약하게 오는 진통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서지요. 머리가 큰 태아가 태어나려면 그렇지 않은 태아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태아의 머리가 크거나 산모의 골반이 좁은 경우에는 평균의 출산 시간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됩니다.


자연스레 진통이 올 수 있도록 많이 움직이세요.

불안은 버리세요.

아기에게 건강히 만나자고 진심으로 이야기하세요.

잘 낳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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