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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an 23. 2024

비워야 태어나는 아기들

아기를 낳다.

"똥이든 오줌이든 지금 당장 여기서 전부 싸. 엄마가 몸도 마음도 다 비우지 않으면 아기가 나오지 못하니까"

책"츠루카메 조산원"에서 원장의 명언이다.

다 내려놓고 비워야 아기가 태어나는 것, 나도 아기 받으며 매번 느끼는 감정이다. 무언가 마음이 뭉쳐 있는 산모의 출산 과정은 삐뚤빼뚤하다.

잘 될 것 같다가도 멈추는 아기들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는 아기들이다.

서로 생명을 주고받는 사이이니 이 또한 당연하다. 이럴 때는 두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장땡이다. 아기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앞에 있는 듯 칭찬과 격려를 해 줘야 한다.

엄마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도 힘을 내라고 말이다. 내려오고 있는 내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잘하고 있어. 훌륭하구나"라는 칭찬이다.


나이가 먹어서 좋은 점은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 내려놓고 비워지면 아기를 만나게 될 거야"


이슬이 비친 초산 산모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 만나려나, 달이 살찌고 있으니 며칠 내로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탄생의 방을 따듯하게,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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