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옥진 Mar 28. 2024

잘 낳고 잘 키운 보연

아기 낳은 지 17개월

보연은 가을이를 품고서 매일 108배를 했다. 절을 하며 떠오르는 무수한 생각들은 다지고 다져져 만날 아기에게 다다른다. 몸이 만들어지고 마음도 함께 만들어진다. 두 사람은 두 가지 일을 함께 해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얼 먹었는지, 날마다 보내오는 그녀의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참 예쁜 여자는 건강하게 아기를 낳았고 젖으로 아기를 키웠다. 간간히 전해오는 고된 육아소식, 너무나 행복해 눈물이 난다는 복잡 미묘한 삶의 예기에 두 귀가 쫑긋해지기도 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단유파티를 하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잘 견디고 사랑하며 일 년 반동안 젖을 먹인 보연을 보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애썼다.

장하다.

더 많이 자랐구나.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보연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

보연의 노력의 결실은 가을이에게서 보일 것이라 믿는다.


가을이는

잘 웃고,

잘 자고,

잘 먹고,

세상 예쁜 똥도 아주 잘 본다.

더 이상 무얼 바랄까.


사람의 몸과 마음을 키우는 젖으로 가을이는 자랐다. 자기 자식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보연의 사랑은 단 한 사람에게만 주는 특별한 것일 것이다. 젖으로 몸이 자라고  몸서리쳐지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는 가을이는 이제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가을이를 위해 나무 블록을 준비했다. 포장이 없는 블록을 무릎 위에 놓고 한 개씩 제 자리에 놓는다. 빨강삼각형, 초록사각형, 파랑 원통형 나무 조각들이 무릎 위에서 춤을 춘다. 조각들이 다 맞춰지면 가을이 엄마 보연과 약속한 시간이 올 거다.

가을이를 낳은 지 17개월이 된 보연을

수선화꽃이 있는 찻집에서  만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지가 두려움을 앞서면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