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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끄적

오 월

시골살이

by 김옥진

여름이 오려나 부다.

소리 없는 꽃들의 외침은 고요한 천둥소리.

천지의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봄은 서서히 퇴장 준비를 한다.

선듯한 봄 냄새는

오월의 화려한 밝음에 무릎을 꿇고 말없이 스러진다.


겨울을 보낸 시금치,

두툼한 분홍빛 뿌리가 땅속에서 나왔다.

짙푸름은 다듬을 것 없다.

씻고 데쳐 식탁에 차려졌다.

인내가 내 뱃속으로 들어온다.

겨울을 먹었다.

햇살 가득 연둣빛 얼갈이,

된장과 어우러져 봄기운을 보탠다.

심고 가꾸는 것에 더해진 섭리를 만나는 봄 식탁.

봄도 내 몸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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