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에 변형된 조직이 자란다. 그것을 그냥 무시하면 살 날이 줄어든다. 아직 죽기는 억울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유방암이라는 명사에 감정을 섞지 않기로 한다. 질병이 삶을 돌아보는 긍정적 계기가 되지만 어느 것에도 탓을 하고 싶지 않아서다.
왜 유방암이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게놈이 모두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환호를 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밝힐 수 있는 판도라를 열었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안 가서 교묘히 적응해 가는 자연의 변수에 손을 들었다. 아직도 많은 질병들의 원인이 오리무중인 이유다.
누구는 밤을 새우는 직업이 발병의 원인이라며
당장 아기 받는 일을 멈추라고 한다. 또 다른 이는 조산원을 하는 조산사는 제 때 식사를 못 할뿐더러 시간에 쫓기며 닥치는 대로 먹어서 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유기농 주스를 세 박스를 보내왔다. 아마도 그런 일들이 병을 촉진시키는 요소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다시 말하지만 꼭 100%의 원인은 찾을 수 없다.
가족들의 근심 어린 시선은 내가 중병에 걸린 것을 자꾸만 상기시킨다. 솔직히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현대의학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치료과정은 전문 적인 분들의 지시에 따르기로 한다. 유방에 생긴 암을 치료하는 일은 나의 소관이 아니다. 이리 가라 하면 이리가야 하고 저리 가서 누우라면 그렇게 따라야 한다. 입원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검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