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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대만 생각하며 살다.

첫사랑

by 김옥진

노래를 부른다. 마음이 말랑해진다. 몸이 찌릿거리기도 하고 더러는 코끝도 시큰하다. 멋진 노래는 대자연을 만날 때 느끼는 감동과 닮았다.

다시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함께 부르는 합창이 좋다. 여럿이 내는 소리는 세상의 어느 소리보다 곱다. 집 근처에 있을 만한 노래 모임을 알아본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노래 부를 곳을 찾았다!

노래를 하는 모임의 이름은 '벨칸토'다. 벨칸토는 '아름답게 노래하다'라는 뜻이다. 모임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게 노래하고 싶다. 내가 이토록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가. 맞다. 나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설레는 맘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일주일이 너무나 길다.


손꼽던 그날이 왔다. 발걸음이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아서 뭘 불러야 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무슨 곡부터 불러볼까? 운전을 하며 발성연습도 할 겸 동요 "나의 살던 고향"을 부른다. 크게 불렀다가 작게도 부른다. 다르게 한 옥타브씩 높여가며 바꿔 부르기도 한다. 이 정도면 목이 풀어졌을까. 아 참, 얼굴 근육을 풀어야 하니 입술 털기도 한다. 별짓을 다하는 모습에 혼자서 한바탕 웃는다. 1절과 2절의 가사를 되새겨 보니 참 어여쁘다. 온 가족이 함께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떠오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어머니의 흥겨운 하모니카 반주도, 둠칫거리던 동생의 어깨도 보인다. 다정한 눈빛의 아버지까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핀 동네가 엊그제처럼 선하다. 마지막 가사처럼 그립다.


김효근이 곡과 가사를 만든 '첫사랑'을 배운다. 우연히 방송에서 나오는 '첫사랑'을 듣자 단 한 번에 홀딱 반했다. 그때는 누가 작곡을 했는지 누가 불렀는지 알지 못했다. 젊었던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사라져 갔고 노래를 부를 여유가 없었다. 좋은 노래이니 악보를 챙기거나 다시 들어보려 애쓰지도 않았다. AI에게 물어보고 유튜브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곡이었음에도 그랬다. 벨칸토 모임에서 드디어 '첫사랑'의 악보를 만난다. 곡의 흐름과 들고남, 절정의 부분이 마치 소설을 읽는 듯 경이롭고 뭉클하다. 작곡가는 아내를 처음 만나 반했던 마음을 노랫말에 담았다고 한다. 세상을 다 가졌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김효근 씨의 아내에게 질투가 난다. 하지만 나도 봄빛처럼 빛나던 첫사랑의 기억을 꺼내본다. 좋다, 너무 좋다. 열심히 연습해서 누군가에게 불러주고 싶다. 목소리에서 욕심을 빼고 고운 것만 모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올까. 오늘도 가수들의 노래만 듣다 접는다.

"오늘도 그대만 생각하며 살다~" 참 사랑스러운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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