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한 밤중 두시 반에 눈이 떠졌다. 지인이 보내준 걸쭉한 야채수프를 반공기 덜어 따듯하게 덥혔다. 얼마나 많은 마음을 이 수프에 담았는지 안다. 속이 후끈해진다. 아직까지는 입맛이 떨어지거나 구토등은 없다. 항암 주사를 맞은 내 몸이 어떻게 변해 갈지 궁금하다.
항암주사는 인체 방어기제역할을 하는 백혈구 수치를 떨어뜨린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항암제를 맞은 24시간 후 백혈구 촉진제(혈구 생성을 촉진한단다)를 맞는다. '병 주고 약 주고' 꼴이다.
항암주사를 맞은 후 약 서른 시간이 지난다. 우연치고는 신비하다 할 것이 약을 맞을 시간에 딱 맞춰 깬 것이다.
왜 스스로 주사를 놓냐며 가족들은 아우성이지만 피하 주사쯤은 내가 스스로 놓아도 된다.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주사 놓는 모습을 굳이 보일 필요는 없다. 외려 한 밤중 거실의 고요한 공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느릿느릿 손을 씻고, 알코올솜과 약을 꺼낸다. 약에 서린 찬기가 사라지도록 실온에 30분 동안 두었다. 그동안 약 설명서를 읽는다. 논문처럼 수 없는 말들로 채워져 있다. 그냥 병원에서 준 간단한 설명서를 본다.
부작용을 읽어보니 무시무시하다. 골통증, 근육통, 피부발진등이 나타날 수 있단다. 도대체 골 통증은 어떻게 아픈 걸까? 왜 피부발진이 일어나는 걸까? 근육통의 이유는 뭘까?
뽀얀 뱃가죽을 잡고 0.6cc의 약을 자가주사했다. 잘했다.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 종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그 수만큼 다양할 터, 내 몸은 어떻게 이 약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아침 여섯 시다. 슬슬 하품이 나는 걸 보니 잠을 잘 수 있겠다. 두 시간 자고 깼다. 그저 몸이 하는 데로 내버려 두기로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는 여자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크게 와닿는 증상들이 없으니 일상을 즐기기로 한다. 저녁을 먹고 올해 마지막 글쓰기 수업에 참여할 것이다. 항암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방역 수치 기준으로 개인위생을 지키라고 한다. 손 씻기를 열심히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되도록 가지 말라고 한다. 지금 스케줄은 조금은 무리수를 둔 거라 할 수 있겠으나 아무것도 안 하고 촛침만을 바라보는 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여자들의 수다는 역시 무한대. 사십 대부터 육십 중반인 나까지, 각자의 이야기에 시간이 흐른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봄의 꽃처럼 곱다.
따끈한 쉬림프 피자 한 조각, 바질 파스타 조금, 리코타 샐러드를 먹는다.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 들어갔던 음식들이 이제는 젓가락마다 의미가 담긴다.
드디어 조짐이 오는 건가? 조금씩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어깨 근육이 아프기도 했다가 종아리로 골반으로, 여기저기를 훑고 다닌다. 오랜만에 생리통도 느낀다. 자궁도 근육이니까 아픈 걸까.
수업을 듣는 내내 젖은 풀처럼 늘어져 있다. 간신히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핸들을 잡았던 오른팔이 아프다.
밤새 몸살기운이 몸을 헤집었다. 꿈도 꾸고 뒤척인 기억이 있다. 못 일어나 것 같은 절망감도. 백혈구 촉진제 후유증인 근육통을 제대로 경험한다..
결국 근육통 약을 먹는다. 박차고 일어나 밥도 먹고 움직였다. 약의 효과였는지 근육통이 점점 덜하다.
백혈구 촉진제는 내 몸에서 주사한 지 12시간 후 근육통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보였다. 진통제 한 알로 통증을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