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게

by 김옥진

손끝으로 거의 모든 것을 주문하던 쿠팡을 탈퇴한다. 미디어의 말을 100% 믿을 수는 없는 현실에 답답한 마음이다. 확실한 것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현재를 살며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다.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각종 미디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뿐이다. 쿠팡의 노동자가 죽어나가고 그것을 은폐하려 했다는 뉴스가 간간히 톱기사로 나온다. 급기야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졌다. 노블레스 오브리주(noblesse oblige)까진 바라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양심과 윤리는 도대체 어디에 버렸을까.

힘없는 민초가 할 수 있는 소심한 투쟁은 탈퇴뿐이다. 쿠팡 어플을 지운다. 우습게도 섭섭한 마음도 올라온다.


물건을 사는데 쿠팡처럼 신속한 회사는 지금껏 없었다. 주문 한 지 12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집 앞에 놓인 물건들을 보며 신세계를 만난다. 여기까지 온 많은 과정에 애쓴 이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떤 때는 중독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쿠팡앱을 들어가지 않은 날이 있을까 하고 손꼽은 적도 있다. 중독이 된듯한 느낌이 들면 이번 일주일 동안에는 쿠팡을 사용하지 말아야지 각오도 다진다. 처음에는 살 물건이 딱히 없어도 그날 세일하는 물건이 궁금하기도 하다. 하루 중 삼십 분은 족히 들여다보는 날도 허다했다.


탈퇴버튼을 누르고 앱을 지우고 나니 개인 시간이 훌쩍 늘어난 기분이다. 그 후 들었던 생각은 '장을 보러 가자'이다. 내 발로 걸어서 장에 간다. 내 손으로 물건을 고르며 집 냉장고에 들어 있는 남은 식재료들을 기억한다. 래트로 기분은 들지만 한편으로 흥이 난다.


한 산모의 남편이 쿠팡에 야간 근무를 한다고 한다. 아무런 버팀목 없이 사랑을 시작한 그들의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야간에 일을 하는 것도 좀 더 나은 수입을 위해서다. 긴 한숨이 나왔다. 도와줄 수 있는 게 뭘까? 마음이 슬프다. 그런데 문제는 야간 근무 중에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 진통은 밤에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혼자서 진통을 할 일이 제일 큰 일이다. 출산 예정일이 점차 다가오는데 연락할 방법은 제도에 얽혀 묵살된다. 수많은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어렵다는 건 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니니 걸맞은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사업을 확장하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상응하는 복지의 용량도 함께 커져가 한다. 속상한 마음과 함께 분노가 치밀었다. 진통이 시작되면 내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초산이라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근거도 말해 주었다.


내가 편히 잠자는 시간에 누군가는 짐을 나른다. 공평한 것인가. 그동안 그들을 향한 미안했던 마음이 탈퇴를 누르고서 사라진다. 가벼워진다. 또다시 누군가가, 혹은 그 사람들이 다른 편법으로 속일지라도 최소한 쿠팡은 이제 아니다. 쿠팡이 더 이상 비열해지지 않기를, 최소한으로 인간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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