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도끼에 발등 찍힌 4차 항암이야기
3차 항암을 맞은 후 많이 힘들었다. 그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그렇다면 4차는 용량을 조금 줄여 투여하시자 한다. 기대가 크다. 얼마나 부작용이 적을까.
기대를 했건만 부작용은 역시나 대동소이하다. 용량을 줄여도 기본엔 충실한 약이다. 항암 후 이 삼 일 동안은 변비로 진을 빼고, 여기저기 콕콕 찔러대는 복통은 기본이고,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들의 아우성은 여전하다. 1차 항암주사를 맞고는 진통제를 먹지 않고 버텼다. 그 후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 후 2차 항암주사를 맞은 후엔 진통제와 몸살약을 모범생처럼 먹었다. 효과가 최고다.
지난 항암과 이번 4차 항암이 특별히 차별되는 것은 수면의 양과 질이다. 대체로 잘 잔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다. 4차 항암 6일 차가 도래하자 입맛상실 증세가 나타난다. 식욕 0%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음식은 지금,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로 변해버린다. 그 사이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기를 받으며 12시간 동안 물만 먹었다. 사실 나는 아기를 받기 전에는 거의 먹지 않는 습관이 있다. 이 코에 걸렸는지 저 코에 걸렸는지 모르겠으나 하루 사이에 1킬로가 또 빠졌다. 3차 항암시 55킬로 중반을 유지하던 체중이 53킬로 중반으로 내려간다.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의사 선생님께 왜 그럴까요 물었다. 잘 못 먹어서라고 한다. 식욕이라는 본능까지도 좌지우지하는 항암제의 효과에 백기를 든다.
항암을 하면 할수록 힘이 드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체중이 빠진다는 것은 대부분 근육이 빠지는 것이다. 힘이 부족해서 움직이기도 어렵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휘청거린다. 말을 하기도 힘들어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체중이 그나마 유지되었던 1,2차 항암 때는 일상과 거의 비슷하게 사람들을 만날 힘이 있었다. 가면 갈수록 상황은 바뀌었다.
힘이 없으니 나를 먼저 살려야겠다는 목표가 생긴다. 지금껏 살면서 나를 최우선에 놓아본 적이 있었던가. 모든 것을 '잠시 멈춤'에 두고 나를 돌아본다. 그래도 세상은 돈다. 삶의 모토를 바꾸니 나름 쾌감이 있다.
4차 항암 후 열흘차, 영양제를 맞는다. 쓰러질듯한 휘청거림이 덜하기를 바라면서. 입맛이 살아나길 바라면서. 오비이락인지 그 후 하루하루가 다르다. 손끝감각이 살아나고 아이스크림과 고기가 먹고 싶다.
종일 누워있다시피 했는데 부엌이 눈에 들어오고 삐뚤빼뚤 남편이 개켜놓은 빨래더머가 거슬린다.
책이 읽히고 글이 써진다.
똑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 앞으로의 남은 삶은 '내가 우선'을 좌우명으로 두기로 한다. 내일은 어디가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