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4차 3일 차, 아기를 받았다.

유방암,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by 김옥진

3월 초가 예정일인 산모가 두 명 있다. 2월 23일에 4차 항암을 마치면 그때는 힘든 시기가 지난 후다. 아기들이 나를 돌봐주기를, 아기를 받을 기운이 모아지는 날에 태어나 주기를 기대한다.

항암주사를 맞은 후 약 5일간은 그나마 힘이 남아있다. 조금 일찍 태어나도 좋겠다.


4차 주사를 맞은 지 이틀째, 초산인 산모에게서 양수가 흐른다는 소식이 온다. 양수가 보였다는 것은 아기 마지가 시작이 되었다는 것과 같다. 어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중간히 힘들 때보다 여력이 남아 있는 지금이 아기를 받기에 훨씬 낫다. 밥도 넘어가고 다리 힘도 비축된 지금이.


소식을 들은 지 만 하루가 가깝게 지난다. 오늘쯤이면, 이따 저녁때쯤이면 아기를 만날 수 있으려나.

예상은 빗나갔고 둘째 날 밤을 꼬박 새우고 이른 새벽에 아기는 태어났다. 예상보다 아기는 컸고 똘똘하다.


항암 부작용으로 근육이 빠진 다리에 온 힘을 다해 기운을 불어넣는다. 아기를 받을 때 생기는 기이한 힘. 생명들을 받아 낼 때마다 내게서 뿜어져 나오는 미친 영험한 힘! 힘을 내어 산모를 쓰다듬고 붙잡고 서서 함께 춤을 춘다. 내 두 무릎 위에 산모의 다리를 올려놓기도 하고 가끔 내 어깨 위로도 그녀의 다리가 올라오기도 한다.


쑥쑥 내려온 아기의 까만 머리카락이 처음으로 보인다. 긴긴 시간 동안 한참을 응시한다. 그러고 나서는 점점 커지고 커진 아기의 머리가 나온다. 얼굴만 빼꼼히 내민 눈을 뜬 녀석의 얼굴을 닦으면 금세 몽실몽실한 몸뚱이가 내 손 위로 올라온다. 부드러운 천 기저귀로 아기 몸에 묻은 양수와 피를 닦아낸다.


수만 가지 생각이 스친다. 고맙고 이쁘고 기특하다. 세상의 어느 언어가 이 광경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없다! 그저 나의 신체 생리는 목구멍으로 감격의 침 한 모금을 삼키는 것뿐이다. 미친 사람처럼 영험한 조산사의 힘이 이번에도 발휘되었다. 내를 살게 하는 근원의 힘은 아기를 받으며 생겨난다.


건강히 태어나 줘서 고맙다.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