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그냥,아내의 진통에 미안하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저것이 장가도 안 가니 어쩔까? 너는 올해 나이가 몇이냐? 수시로 끌탕을 하던 부모님들이 드디어 웃었다. 결혼 후 친정 어머니가 커다란 잉어가 품으로 들어온 꿈을 꾸셨단다. 자연스레 찾아와준 2세 소식에 온가족은 파티를 했다. 아기의 태명은 모니, 석가모니의 '모니'라고 태명을 지었다. 태명만으로도 그들의 소망이 얼마만 한 것인지 가늠된다. 늦은 아기이니 잘 품고 키워야 한다. 전투적으로 출산준비를 하였다. 여기저기서 출산교육을 받으며 정리한 내용이 노트 한 권이다. 운동도, 태교도, 체중조절도, 내가 보기에는 '우등생'이다. 아기는 머리로 낳는 것이 아닌데 한편으로 그 노트가 출산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자꾸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출산은 더디다."


모니에게 예정일이 지나지 않고 39주에 만나자고 열심히 태담을 했건만 40주가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조급한 마음에 예정일이 하루 남은 주말에도 남편과 등산을 하기로 했다. 이번 '모니마지 걷기 운동 코스'는 과천 대공원 둘레길이다. 진찰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에게서 자신감이 보인다. 나이든 초산이기에 솔직히 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만삭의 임산부가 씩씩하게 산길을 걷는 모습을 본 등산객들의 수군거림이 들린다.
" 에구 만삭 산모가 씩씩하구먼! 훌륭하네! 아기 잘 낳겠네!"
" 그 배를 가지고 왜 예까지 나왔누? 걷다가 진통이나 걸리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뒤로하고 둘은 씩씩하게 둘레길을 완주했다.

집에 돌아가 한약재를 우려낸 물로 목욕을 했다. 진통은 아직 오지 않지만 아기 낳을 때 변이 나올 것이 걱정되어 셀프 관장도 하고 먹고 싶던 매운 낙지도 먹었다. 어떤 것이 자극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날 저녁 8시부터 배가 싸르르 아프다. 내일이 예정일! 하모니를 이룬 어미의 몸은 기대했던 데로 모니의 탄생을 예고했다. 예정일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많지 않지만 엄마의 예감은 실제로 맞았다.

시작을 알려온 그이들은 들떠있다. 또다시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처음부터 시작된 진통 간격을 보면 일단, 골반의 상태는 좋아 보인다. 게다가 허리 진통은 없고 배꼽 아래 복부와 치골의 통증이 제일 심하다는 이야기도 그것을 반증한다. 계속해서 진통 간격을 알려온다.

23시경, 5분 간격 이내의 진통에 1분~1분 30초 정도의 수축이 유지되고 있다.
"선생님 주기가 5분에서 3분 내외로 짦아지네요. 그리고 아내가 너무 아파하는데 더 참아볼까요?"
진통이 시작된 지 세 시간이 지나가므로 더 견뎌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켜보는 남편은 초조하다.

초산은 지금 정도면 '잠재기 '로 자궁 경부가 얇아지는 시기이며 집에서 잘 먹고, 샤워도 하며 움직이고, 가끔 짧긴 하지만 휴식도 취하는 시기이다. 허겁지겁 출산 장소로 갈 필요도 없고, 빨리 출산 장소로 가라고 재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 산모와 남편들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 같다.

이쯤 해서 이들을 도와줄 조산사나 social nurse, 둘라, 자연출산에 긍정적인 여성들이 함께하면 금상첨화이다. 조산사나 간호사는 지금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전문인으로, 언제쯤 출산의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지 조언받을 수 있다. 또한 경험이 많은 둘라나 여성들이 출산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 자체로도 산모는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그런 일을 하는 산모를 위한 의료 중재자가 없다.

다행히도 진통은 잘 오고 있어 보이지만 불안한 모니아빠의 모습도 그려진다. 그러나 그는 지금 눈 앞의 현실에 모든것이 리섵되고 있다. 결국 못 견디고 새벽 두 시 경에 조산원에 왔다. 진통이 시작된 지 6시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잠재기'다.
자! 모니 엄마는 어떤 상태로 도착했을까?
2센티(20%) 개대, 경부 60% 얇아지고, 아두 하강 정도는 30% 아래로 내려와 있다. 지금보다 약 세 시간 후 왔을 경우가 가장 보편적인 상황일 뻔했다. 결국, 지금도 잠재기이다. 진행은 순조롭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

도착 후 한 시간이 지난 새벽 세 시, 많이 아파하길래 진찰을 했다. 1센티 더 열렸다. 와르르르~~ 모니 엄마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의 얼굴 또한 편치 않다. 나만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 노산치고는 잘 진행되는거다. 진통이 사라지는 짧은시간에 모니 엄마는 '선생님 한 시간에 1센티가 열리네요, 휴~~ 조금 아쉽다" 목소리가 멀쩡하다.

그녀가 임신기간 동안 108배, 만보 걷기에 바친 노력의 시간들을 알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cm 자궁문이 열리자 나는 막연한 걱정을 내려놓았다. 똑같은 위로가 밤새 계속되었다. 새벽이 오고있다.

잠깐 조는 사이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린다. 출산 '잠재기'를 지나 '활동기'에 접어든 것이다. 보통 원활한 진통 중에는 막막함,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낳을 수 없을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쓰나미 되어 밀려오는 시기가 있다. 난감해하는 남편을 옆방으로 잠시 눈 붙이라고 보내고 난 그녀의 등을 향해 누웠다. 진통이 오면 쓰다듬어 주고 잠깐 쉬는 시간엔 둘 다 눈을 붙였다. 다시 그녀가 진정되고 , 졸기 시작하니 진통의 간격이 벌어졌다. 쌕쌕 잠든 소리도 들렸다. 이제 휴식기가 지나면 아마도 '아기 방출 반사(ejection reflex)'가 올 거다.


인체는 참 신비롭다. 강하게 오던 진통은, 피곤하고 졸릴 경우 쉴 시간을 허용해 준다. 졸리면 얼굴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고, 정신을 차려야 아기를 빨리 낳을 수 있다는 건 열심히 달리고 있는 말에게 채찍질을 하는 꼴이다. 진통하다 졸리면 잠시 쉬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새벽 6시에 양막이 열렸다. 모니의 머리는 반 이상 골반에 진입했고 자궁문은 60% 정도 열렸다. 그러나 그녀는 힘이 아직 남았는지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완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완을 잘했다면 출산 시간이 앞당겨졌을 거다.

자다가 깬 모니 아빠는 아내가 안쓰러워 어찌할 줄을 몰라한다.
"그냥... 남자들은... 아내의 진통에... 미안하다."
그러나 함께한 시간은 남자를 아버지로 바뀌게 한다.

드디어 강한 진통 때에 힘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밤이 지나고 어느덧 커튼 사이로 아침 빛이 들고 있다. 역시 내 생각대로 운동 열심히 한 모니 엄마는 힘도 잘 준다. 모니도 잘한다. 지금부터는 수축이 올 때 이완이 아니고 힘을 주어야 한다. 1센티... 2센티... 모니의 머리가 점점 더 많이 밖으로 보였다.

아침 아홉 시 사십구 분...
3.45킬로의 아들, '모니'는 건강히 엄마 품에 올려졌다. 장가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남자가 아버지가 되고 인생을 원 없이 즐기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우등생' 그녀는 비로소 어머니가 되었다.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 열 달, 모니의 건강한 삶에 버팀목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