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아기를 낳고, 받아낸다. 말도 필요 없고 궁금한 것도 없다. 아기는 기다리면 만날 것이고 진통 중 졸고 있는 지금의 과정은 당연한 것이니까 괜찮다. 아기가 쉬고 싶던지 어미가 쉬고 싶은 거니까. 몇 번을 힘줘야 하는지는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다. 힘이 들어가면 나올 때가 다 된 것이고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더 기다려도 된다. 시간은 규칙적으로 바늘을 옮기지만 태어남은 규칙적이지 않다.
임신의 과정이 평화로우면 출산도 평화롭다. 대부분의 출산엔 어떠한 약물과 힘도 필요치 않다. 서두르면 그르친다. 서두르는 사람은 아기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해서 서두르는 것이 산모와 아기를 위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건강한 어미의 출산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약물과 외부의 힘이 필요한 출산은 극히 드믈다.
구린 사람은 말이 많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도 켕기는 것이 있어서다. 출산이 두려운가? 이유는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따지지 마라. 나도 모르니까! 내게 조산원에서 자연출산을 하기 위해 남편을 설득해 달라고 하지 말라. 반대하는 이유가 있을 테고 그 이유가 타당하면 그의 의견을 따르라! 혼자서 만든 아기가 아님을 인정한다면 그의 의견도 존중하라. 그러나 자신의 정신과 몸이 확고히 건강하다면 원하는 출산을 주장해도 좋다.
서로의 상처가 드러나는 출산, 놀라지 마라.
치유의 출산이 될지 악몽의 출산이 될지는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안다. 자연출산이 주는 치유는 해 본 자만이 안다. 깨달음과 함께 오는 출산, 아기를 만나며 어미는 다시 태어난다. 남편의 남은 생은 다시 태어난 아주 다른 여자랑 살게 될 것이다.
집에서 아기를 낳는 이유는 아주 심플하다. 진통하며 병원 가는 것이 몹시 성가시단다. 결국 그녀는 집에서 아기를 낳았다. 가정 출산에 대한 확고함과 품은 이의 단단한 각오를 태아도 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아기는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도 더 잘 안다. 절정의 순간, 어미의 작은 몸은 커다란 아기를 건강하게 내어 놓았다.
첫아기 15번 진찰, 둘째 아기 5번 진찰. 셋째 아이 임신 확인하러 한번, 막달에 한번 진찰했다.
직무유기 엄마라며 마지막 진찰자는 훈수를 둔다. 초음파로 아기를 들여다본 사람은 "그래도 아기는 제대로 잘 컸네요" 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모두들 진찰이 아기를 키운다고 생각하나 보다.
건강을 확인한 그녀는 두 아들과 남편이 보는 가운데 집 욕조에서 수중 출산으로 셋째를 낳았다.
새내기 조산사가 된 후배는 꼭 자연출산으로 아기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생겼다.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런데 아기 머리가 임신 주수보다 크다고 진찰하러 갈 때마다 제왕절개 수술 이야기를 한다. 막달엔 산모의 키가 152센티로 작다고 제왕절개 수술 이야기를 또 한다. 자연출산이 목표인데 자꾸 무섭다. 그래 갖고 무슨 조산사를 하려 하냐고 선배 조산사에게 혼났다. 다시 용기를 내어 잘 낳아보기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큰 아기를 낳을까 봐 온갖 걱정을 다했는데 결국 아기는 3.1킬로로 내 몸에 걸맞게 잘 자랐다. 게대가 긴 시간 진통하지 않고 교과서 대로 순산했다. 자연출산 후 살아갈 자신감, 자존감, 모두 생겼다.
넷째를 품었다. 예정일이 다가오자 아기 다 컸는데 뭐 하러 힘들게 넣고 다니냐고 한다.
예정일을 일주일 남기고 유도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첫아기부터 시작된 유도분만, 네 아기 모두 '빨리빨리' 유도 분만으로 예정일 전에 태어났다.
태아는 엄마를 힘들게만 하는 존재일까?
아이 낳고 조리원에 들어갔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아기를 낳았다고 했더니 "요새 아직도 자연주의 출산이 유행이야?" 옆에 있던 직원이 "아뇨, 요새는 유행이 지났죠!" 얼굴엔 '유난이야 유난!'이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약물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것이 '유난'이 되었다.
아기를 받으려다 보니 12시 방향에 제법 큰 빨간 살점이 밖으로 보인다. "알고 계신가요?" "네!" 다행이다. 오래전 어떤 4.1킬로의 거대아를 낳고 두 바늘을 꿰맸던 산모는 처음 본 자기의 아래 모습에 조산사가 아기를 받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난리를 쳐댄 적이 있다. 그 후 생김새에 대한 상호 확인은 내게 필수가 되었다.
남자는 결혼을 통해 만능 여자를 갖게 된다. 가끔은 엄마로 착각도 한다.
의사인 그녀의 셋째는 임신 42주가 되었다. 3일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마치 삼일 후면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어투다. 그런데 양수도 거의 없다. 42주 이후의 출산은 정말 두렵지만 어미의 확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3일 지난 아침, 진통하고 있는 그녀 집에 갔다. 잘 견디고 잘 움직인다. 4킬로 넘는 커다란 아기가 양수 한 방울 없이 태어났다. 건강하다. 예정일 지난 증상은 없다. 때가 되면 태어나는 생명에게 우리는 종종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다.
진통이 생각보다 오래 계속되자 남편의 입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아내를 아프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보다. 급기야 내게 화를 낸다. 아기가 커서 시간만 오래 걸릴 뿐이지 두 생명 모두 잘 견딘다. 열심히 먹을 것을 사다 준 사람은 누군데? 그래서 아기가 커졌고 그래서 오래 걸리는 것을! 참다못해 병원으로 가시라 했더니 산모가 안 가겠다고 우긴다. 더 기다려서 잘 낳았다. 연년생으로 세 명을 조르라니 낳았다. 당연히 두 번째 출산부터는 남편의 입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썩 친절하지도 않다. 그러려니 했다.
변기에 앉아 힘주다 변이 나온다. 공기의 확산으로 집안이 똥 남새로 가득하다. 민망해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말했다 " 딸기 냄새가 나네~~~!" 한바탕 웃고 나서 아기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이제 막 사춘기 부끄럼 타는 소녀가 되었다.
두 마리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진통하는 집사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집사의 배 위에 앞발을 살포시 얹어 놓는다. 양이가 주는 위로로 우리가 위로받았다. 아기가 태어날 때는, 저 만치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딸을 낳았다. 남편은 집에 가더니만 오지 않는다. 갈아입을 속옷을 가져오라고 전화를 했더니 자고 있단다. 나 홀로 진통했던 밤중에도 자고, 낮에도 또 잔다. 애?를 많이 썼나 보다. 아들이었으면 그랬을까? 아기 보여드리러 어르신께 간다고 하니 그제야 어르신은 '헐래 벌떡 미역국'을 끓여냈다. ㅅㆍㅣㅂ ㅅㆍㅣㅂ 하고 화가 났다. 나의 둘째 출산 이야기다.
딸 셋을 바르고 예쁘게 키웠다. 늦둥이가 왔다. 아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길 바랐다. 병원서 딸이라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늘색 배내저고리를 샀다. 넷째 딸은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색 배내저고리를 입었다.
땅끝마을 처자는 태실을 준비했다. 남편은 빨강 글씨로 천수경을 한지에 썼다. 천수경으로 항아리를 덮고 소망을 더하여 노송 아래 묻었다. 천지가 아기를 돌보아 줄 거다.
아기가 거꾸로 앉아있다. 효험 있는 운동도 하고 돌아가게 하는 자세도 해 보았지만 예정일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거꾸로 있다. 모두 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둔위 아기를 잘 낳을 용기도 있고 아기에 대한 신뢰도 있는데 안된다고 했다. 물어물어 나를 찾아왔다. 잘 낳을 자신 있으니 받아만 달라고 조른다.
그래! 그리해 보자! 잘 낳겠다는 말에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양수가 먼저 터지고 엉덩이가 보이고 두 발이, 몸이, 양 팔이, 온 힘을 모아 머리가 나왔다. 둔위 출산을 했다.
아기 낳으러 들어오자마자 구석의 소파 다리를 붙잡고 원산폭격 자세로 진통을 한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무릎이 아플까 봐 방석을 무릎에 대 주었다. 그 자세로 아기를 낳았다.
끝없는 출산 이야기들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