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6주 이야기 1
"여보!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무슨 날?
어머! 혹시 어머님 생신?
아냐! 너 그것도 몰라? 그날!
에잇! 내가 달력에 별표까지 해 놓았는데!"
달력을 보니 진짜 큰 별 한 개가 그려져 있다. 도통 무슨 날인지 기억할 수가 없다. 아이를 낳으면 기억력이 쇠퇴한다더니 정말 그런가! 하나 더 낳으려 하는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 도대체 무슨 날인 걸까?
"너와의 사랑이 허한 날! 히히히히히! 넌 어떻게 이 날을 잊을 수 있냐? 아기 낳고 6주가 된 날이잖아! 나 사랑하고 싶어 죽겠다. 우리 사랑하자! 흐흐 흐흐흐"
그가 이렇게 행복해할 줄은 몰랐다. 손꼽고 있는 줄 몰랐다. 아하! 그렇지 아기 낳고 6주가 되면 그 '사랑'이란 걸 해도 된다고 그랬지! 맞아! 그랬어!
근데 난 아직 생각이 1도 없어. 너무 피곤해. 여전히 아기는 밤과 낮이 따로 없이 내게 보채는데 너마저 보채면 답이 없다 정말!
넌 내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니? 밤낮없이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려 있는 내가 정상으로 보여? 그럼 난 어쩌라고~ 남편은 투정을 부린다.
아기 낳고 6주 되던 날 사랑을 했다.
#또 다른 6주 이야기 2
출산 후 6주가 지나간다. 몸의 회복도 회복이지만 아직도 밤에 젖을 줘야 해서 여전히 고단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기를 낳은 후의 시간들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잠꾸러기인 내가 밤새 아기 기저귀를 갈고 젖을 준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라서 가능하다. 엄마라는 종족이 된 후 나는 전사가 되었다. 이제 아기랑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사랑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 새끼! 정말 이뻐 미치겠다!
"어머님께 아기 하루만 봐달라고 하고 우리 6주 기념 여행 가자!" 고대하던 남편의 눈이 오랜만에 반짝인다. "아기를 두고? 여행을?" 아기를 떼어놓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마음이 복잡하다. 저 사랑 덩어리를 두고 다른 사랑을 하러 가? 저 남자가 말하는 사랑이 무슨 사랑이었더라? 제일 말랑한, 내가 좋아할 대답을 해 줄 분께 물었다.' 선생님~남편이 사랑하자고 그러는데 괜찮을까요? 저는 너무 무서워요. 사랑해도 될까요? 벌써부터 남편이 사랑하자고 졸랐거든요'
이제 남편과 사랑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많이 사랑해 주라고 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사랑하라고 했다.
'선생님이 이제 사랑해도 된다고 하셨어'
남편의 활짝 핀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보았다.
"그래도 아기는 데려가자~응?"
#따로 또 다른 6주 이야기.
1987년, 대한가족계획협회모자보건센터에 근무했다. 아기를 품고 야간 근무를 했다. 첫아이를 낳고는 직장의 규약대로 출산 34일 만에 출근을 했다. 왜 출산휴가가 34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남들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돌아보니 딱히 아기를 낳는 연배의 직원들은 한두 명 정도였으니 관리자 마음대로 정해졌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 달 된 아기를 두고 나오려니 마음이 이상했다. '일하는 엄마를 가졌으니 씩씩해야 해! 보고 싶더라도 참고!' 시어른과 함께 살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돌이켜 보니 나만 난감한 것이 아니고 어른들도 참 난감했겠다 싶다. 학교에서 배운 산욕기의 기준 6주, 34일 지난 내 몸이 회복되었는지 나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27살의 아기 낳은 몸과 마음은 겉보기엔 멀쩡했다.
나의 일은 야간 조산 업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기들은 밤에 태어난다. 진통하는 산모가 입원했다. 엄마가 된 내가 누군가를 엄마가 될 수 있게 돕는다. 한달전, 내 배도 저 산모 같았다. 진통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 그녀곁을 떠날 수 없었다. 밤의 시간은 참 길다. 낳는 사람도 애를 쓰지만 아기를 받는 사람 또한 애를 쓴다. 나의 몸을 돌볼 여유가 없다. 잠을 잘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 힘들고 몸도 상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내 일은 그런 거다. 한 밤중, 건강히 새 생명이 태어났다. 회음절개 부위를 봉합하려 니들 홀더를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왜 이러지? 이상하다! 심호흡을 해가며 봉합을 마무리했다. 내 맘은 회복되었지만 몸은 아닌가보다. 당직실 침대에 철퍼덕 누웠다. 아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니 젖이 돌았다.
아기 낳고 5주 후 다른이의 아기를 받아냈다. 그리고 내 남자도 6주를 손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