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나를 쉴 수 있게 했다.

살아가기

by 김옥진

유방의 멍울은 오른쪽 두시 방향에서 만져졌다. 그런지 두어 달이 지나갔고 그 당시엔 무척 바빠서 차일피일 진료를 미루게 되었다. 그날은 예전에 다녔던 병원 근처에 산모를 만날 일이 있었다. 문득 나를 살뜰히 여겼던 선배가 보고 싶어 약속도 없이 방문을 했다. 이야기 도중 유방멍울에 대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 요새는 유방에 뭐가 만 저지면 바로 진단받아야 돼!!! 지금 온 김에 가자!" 마다하는 나를 끌고 선배는 직접 외과에 접수를 했다. 다행히 대기자가 별로 없는 외과 외래 진료를 바로 할 수 있었다. 맘모그라피를 찍고 유방 초음파도 했다. 삼십 분 후 다시 외과 외래 엘 갔다. "보이는 혹은 전형적인 유방암 모양입니다. 바로 3차 병원으로 의뢰서를 써드릴 테니 바로 가보세요."
'아! 네~'
"괜찮으세요?"
"네~ 당장 뭔 일 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괜찮으시죠?"
의사는 연거푸 내게 놀라지 않았냐는 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네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다시 확인해 봐야죠. 그리고, 아직은 확실치도 않잖아요?"
덤덤히 진료 의뢰서를 받아 들고 진료실을 나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얼른 지금 가! 의뢰서와 검사 결과 cd가 있으니 바로 접수를 할 수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힘내! 응?" 선배는 내 손을 잡고 차 있는 곳까지 배웅을 했다.

대학병원 조직검사 결과는 1.5기 유방암이었다. 결과를 듣는 날에도 아기가 태어났다. 여전히 바쁜 나 대신 남편이 결과를 들었고 중증환자 확인서를 손에 쥐고 돌아온 그는 눈물을 흘렸다. 운 좋게도 일주일 후 수술 날이 잡혔고 그 안에 온갖 검사를 해야 했다. 더불어 모든 아기 받는 일이 올 스톱되었다.
'히야!!! 쉬어도 된다!' 쉴 수 있도록 병에 걸린 것이 너무 좋았다. 암이어도 좋았다. 전화 벨소리를 무시해도 되고, 안 받아도 되었다. 식구들은 우울했을지 몰라도 내 마음은 참 편안했다.

수술 전 처치를 하고 환자들이 타는 침대에 실려 수술방 앞에 줄을 섰다. 내 침대엔 36번이라는 번호표가 달려 있었다. 수술이 무섭기보다는 수술방에 잘못 들어가게 되지나 않을까 불안했다. 마취의사가 내 이름을 확인하고 병명을 말했다. 눈을 감고 들었던 마취의사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목소리까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된 순간이었다. '걱정 마세요 ~이제 주무실 겁니다~" 마취가 깬 곳은 다행이 나의 병실이었다. "추워~~"온 가족이 내 손과 발을 주물러댔다.
수술하고 이틀째, 백혈병에 걸린 환자가 1인실이 없어 대기 중이라며 간호사이니 이해를 해달라며 병실을 비워달란다. 다 잊고, 나 암환자라고 소리치며 좀 쉬어볼까한 계획도 허당이 된 채 피주머니를 달고 퇴원을 했다. 한 일주일간 집에 와서 많이 잤다. 6년 전, 조산원을 열고 앞만 보고 내달렸던 내 눈앞에 산도 보이고, 하늘도 보이고, 푸른 플라타너스 잎도 보였다. 오랜만에 엄마랑 숲 길도 걷고 세끼 엄마표 밥도 꼬박꼬박 먹었다. 엄마는 몹쓸병 걸린 딸에게 그리 애쓰며 살지 말라고 딱 한마디 툭 던지셨다.
가끔은 슬쩍 겁이 났다. 죽게 되면 어떡하지?
이 나이에 죽을 수도 있겠구나! 모래알같은 많은 위로를 건냈던 내게도 위로를 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쉬어!~욱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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