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무락꼬무락

태교이야기

by 김옥진

임태기에 두 줄, 내 몸에 생명이 왔다. 뱃멀미 같은 입덧은 좋아하던 음식 대부분을 거부하고 간신히 연명을 한 지 6주가 지났다. 대신 평소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당기는 걸 보면 아기는 남편 유전자를 닮은 것이 틀림없다. 입에 당기는 것을 아무데서나 먹고, 피곤함에 버스 창문틀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다가 머리카락을 뜯기는 일은 이제 창피하지도 않다. 아랫배가 빵빵해져서 바지 입기가 불편하다. 멜빵바지를 맞춰 입었다. 피에로 같은 모양새가 우습다. 아기 낳을 때까지 멋 부리기를 포기했다. 20주가 지나가며 몸 안의 아기는 내게 노크를 했다. 꼬무락!

아기가 내 몸 안에 있다. 초음파를 보는 동안 물속을 떠 다니며 발차기 손 차기를 하는 작은 것은 분명히 사람이었다. 솔직이 인체의 신비나 감동보다는 살짝 이상하고 징그러웠다. 씩씩한 조산사는 그럼에도 임신 38주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을 하고, 가끔씩은 다투고, 울기도 했다.


그때는

신경 쓰지 않아 아기가 섭섭할 거라는,

싸울 때 움츠리며,

내가 울면 함께 운다는 것을 몰랐다.


임신한 내가 일을 할 때, 아기도 덩달아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을 놓으란 말은 하지 않았다. 아기를 품었을 때 행복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출산 예정일이 보름이나 남았는데 양수가 나왔다. 극성스러운 어미는 진통을 하면서도 회의를 했다. 낮 동안 집에서 진통을 견디며 삼겹살도 먹고 체력을 보충했다. 나를 위한 일만 했다. 한 밤중 아기를 낳았다. 잠깐 울었던 아기는 엄마로부터 수고했다는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신생아실로 가버렸다.

씩씩한 엄마 덕에 어디를 가도 씩씩한 딸로 자란 여자 어른이 되었다. 품었을 때 많이 이야기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한 아쉬움과 미안함은 지금까지도 내 맘 한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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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교육자료 중에 제일은 두 장의 경태 사진이다. 커리큘럼 중 태교를 설명할 때 등장한다. 첫 번째 사진은 경태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이 뿌루퉁한 모습이고 그로부터 오분이 지난 후 사진은 미간 주름이 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 마치 헤벌 적 웃는 모습이다. 뱃속의 아기가 오분의 간격을 두고 상반된 얼굴 표정을 보이는 것이 하도 신기하다며 경태 엄마는 그 사진을 내게 가지고 왔다. 경태 엄마의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소름이 돋았다.

경태 엄마는 아기의 입체사진을 찍으러 병원을 방문했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대기명단에 없다는 걸 알았다. 화를 냈고 기존 대기자들에 앞서 초음파를 하게 되었다.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렸고 영 기분이 풀리지 않은 채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다. 배에 젤리를 바르고 초음파 프루브가 동그란 배를 원 그리 듯 문지르자 경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아기를 살피던 소노 그래퍼가 "어머! 경태가 인상을 쓰고 있어요 경태 어머니! 엄마가 화를 내니 아기도 화를 내고 있잖아요~보세요!" 경태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정말 경태가 오만상을 쓰고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경태 엄마는 섬찟하기도 했지만 한편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렇게 말했다. 사랑한다고도 했다. 소노 그래퍼가 경태의 다른 부분을 열심히 확인하는 시간에도 아기를 생각하며 용서를 구했다. 다시 얼굴 쪽으로 프루브를 대었다."어머나! 경태가 웃고 있어요!" 이게 웬일인가! 정말로 경태가 웃고 있었다. 찡그린 이마는 펴져 있었고 입꼬리는 올려져 있었다. 신기한 두장의 사진으로 태내 아기는 엄마의 감정에 휘둘린다는 것을, 나아가 임신한 엄마의 표정이 아기의 표정과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경태 엄마는 남은 임신기간 동안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손에 올려진 경태는 울지 않고 바로 고른 숨을 쉬었으며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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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와 한 몸이다. 태아는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몸을 빌어야 하는 연약한 존재이다. '태아가 행복할 권리'를 지켜 주는 것이 엄마의 의무이다. 더불어 아기품은 이들에게 배려와 존중, 사랑을 보내는 것은 장차 태어날 아기의 품성을 좌우하는 바탕이 된다. 보이지 않는다고 지나쳐지는 태아는 섭섭하고 화가 난다. 태아도 느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이로운지를 알며 최선을 다해 상대를 위로하려 노력할 줄 아는 천재이다.

행복한 임신기간을 보내도록 돕는 일은 먼 훗날 우리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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