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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May 05. 2018

수학사에서 건진 것


 수학을 전공했던 나는, 좋든 싫든 수학사에 관련된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그 수업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문장을 가슴에 새기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이 구절은 책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다루어진 문장도 아니었고, 그저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다루어진 문장이었지만, 내게는 그 책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다. 그 문장은 이랬다.


 내가 어떤 독실한 수학자를 골려주려고 "교회가 당신에게 '2 더하기 3은 10이다'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 신앙인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것이다. 신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셀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열"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그 대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수학자로서의 사명과 신앙인으로서의 신념 모두를 지켜내는 이 엄청난 대답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의 수학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수학자이든 아니든 나는 그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그 존경의 의미로 가끔씩 이 이야기가 떠오를 때면 즐거운 마음으로 피식 웃는다. 수학자로서의 삶이 자신의 행위이고, 신앙인으로서의 삶이 자신의 의지라고 한다면 그 수학자는 자신의 행위와 의지가 합쳐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얼마나 멋진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과거를 살았던 우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게 될 우리들 중에서 자신의 행위와 의지가 합쳐진 삶을 살았던, 살고 있는, 살게 될 이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런 이가 있다면, 나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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