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다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선비 May 12. 2018

사람과 인간의 차이?

사람과 인간(人間)


 살다 보면 같은 뜻을 가졌는데, 굳이 단어가 두, 세 개인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과 인간도 그 중 하나인데요. 제 브런치 검색어 유입을 보니, '사람과 인간 차이'로 가끔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제 글들 중에 이것에 관해서 아주 살짝 언급한 글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글 때문에, 유입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인간의 차이'로 이렇게 작정하고 글을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이나 인간이나 그게 그겁니다. 영어로 치면 man과 human, 독일어로 치면 Man과 Mensch정도의 차이일까요? 저도 엄청 오래전에 사람과 인간의 차이가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찾았던 차이는, 사람은 순 한글이고, 인간(人間)은 한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내팽개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서론이 길었네요. 그럼 이제, 제가 동양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해한 '사람과 인간의 차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양 철학에서 사람과 인간의 차이를 딱 설명해 놓은 문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러 문장들을 조각보처럼 잇다 보면 어느 정도 의미가 만들어 집니다. 사람과 인간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제 생각에 두 가지의 키워드와 한 가지의 문장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의 키워드는 인(仁)과 서(恕)이고, 한 가지의 문장은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어라."입니다. 자 그럼 하나씩 알아볼까요? 설마 벌써 지겨우신 분이 계시지는 않겠죠?



* 인(仁)

 동양의 사람이라면, 인(仁)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공자는 항상 인(仁)한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인(仁)이란 무엇일까요? 인(仁)은 보통 '인자하다'라는 말로 접하게 되는데요. 사실 인자하다라는 말은 이미지로만 이해를 하지 제대로 된 뜻을 말하기가 힘이 듭니다. 우선은 인(仁)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풀이 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풀이를 좋아합니다. 사람(人) 두 명(二). 사람이 두 명이 모이게 되면, 인(仁)이 만들어집니다. 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인(仁)이란, 사람이 두 명 모이면 반드시 생겨나는, 혹은 있어야만 하는 어떤 것입니다. 사람이 두 명이 모이면, 서로에게 잘 해야겠죠? 그것이 곧 인자한 마음입니다. 물론 동양철학을 깊게 공부하게 되면, 제 설명은 말 같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서양철학처럼 엄청 세분화하고 조목조목 따져놓거든요. 하지만 제 글은 사람과 인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글이니 이 정도의 이미지만 드리고 인(仁)을 마치겠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죠? 사람 두 명이 모이면, 인(仁)이 생긴다. 혹은 필요하다. 그것이 어진 마음이고, 서로에게 잘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잘 하는 걸까요? 이제 다음 키워드인 서(恕)로 넘어갑니다. 솔직히 자연스러웠다.


* 서(恕)

 공자는 인(仁)과 서(恕)를 항상 세트로 강조합니다. 인(仁)은 위에서 살펴봤고, 서(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서로에게 잘 하는 방법이라고 제가 운을 띄웠었죠? 이번에도 역시 한자를 풀어보겠습니다.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그렇다면 서(恕)는 어떤 뜻일까요? 쉽습니다. 사람이라면 마음이 같다는 말입니다. 즉, 너와 나의 마음이 같다는 뜻입니다. 뭐가 같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바로 들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유명한 문장을 하나 가져오겠습니다. "내가 하기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 네 그렇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은 겁니다. 왜? 사람이라면 서로 마음이 같기 때문이죠. 이제 마음이 같다는 서(恕)의 의미가 어느 정도 다가오셨을 겁니다. 최대한 비슷한 말을 찾아보면, '배려하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잠깐 정리를 하고 가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인(仁)이 있어야 하고, 서로에게 잘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서(恕)이다. 사람의 마음은 같으므로,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한다. 그러니 서로 배려해야 한다. 정리되셨죠?



*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어라."

 이제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문장 자체가 사람과 인간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문장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 문장에서는 사람과 인간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알 수 있는 차이는, 사람은 순 한글이고, 인간(人間)은 한자입니다.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입니다. 합쳐보면, 사람의 사이라는 뜻이죠. 무슨 말인가 싶죠? 우선 설명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라는 말은, 곧 우리는 태어날 때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은 사람이 지향해야 하는 어떤 것이라는 뜻일 겁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혼자서 태어납니다. 쌍둥이는 둘이 태어난다고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창조의 순간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정신을 가진 하나의 개체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즉, 사람은 한 명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위의 풀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사람들 사이에서만 될 수 있는 어떤 것입니다. 공자는 항상 군자(君子)가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자는 여러 가지가 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군자가 되어라, 인간이 되어라, 즉 군자나 인간이나 같은 말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사람은 하나의 객체이고, 인간은 사람과 사람이 모여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두 가지의 키워드와 한 가지의 문장을 주절주절 말했는데요. 어떤 분들은 읽으시면서 조각보 잇기를 끝내셨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전체적으로 이어보겠습니다.


 공자는 항상 인(仁)과 서(恕)를 강조했고, 인(仁)과 서(恕)가 잘 이루어지면 군자(君子)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인이란 사람이 두 명이 모이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서로에게 잘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 잘하는 방법은 바로 서(恕)입니다. 서(恕)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같음을 아는 것입니다.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어하니 서로에게 배려하라는 말입니다. 한 명의 사람이 서(恕)를 통해 인(仁)해지면, 그것이 곧 군자(君子) 요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네, 이것으로 '사람과 인간의 차이'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 설명이 마음에 드셨는지 잘 모르겠네요. 드셨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제 글을 통해서 여러분이 사람과 인간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셨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이 문장을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말 들어보셨죠? "사람이 사람다워야지!" 네, 사람다운 사람이 바로 인간인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