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21.

과거(過去)

과거(過去)
영 past, 독 Vergangenheit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단어들이지만, 철학적으로 정의하려면 굉장히 무거운 주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 거대한 주제들 중에서 과거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과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past는, '발자국'을 뜻하는 라틴어인 passus에 그 어원을 둡니다. 이해가 바로 되시죠? 발자국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지나갔다는 것이죠. 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시간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적으로 볼 때, 현재보다 앞선 시간대를 말하며, 한 번 찍힌 발자국은 당연히 지우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미래와 현재와 비교할 때 과거는 불가역성(不可逆性)이라는 특성을 가집니다.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과거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없지만, 반대로 과거는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현재와 미래가 과거에 의해서 무조건 결정되고, 지배받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인(물리적인) 의미에서 이해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는 당구공 같은 것이 아닙니다. 당구공에게는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에, 외부적인 힘이 주어지면 반드시 그 힘의 방향으로 이동해야만 합니다. 즉 과거가 미래를 지배하죠.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특히 인간)는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과거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지배받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능동적으로 현재와 미래를 개쳑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과거란, 항상 현재와 미래에 비추어서 의미를 가집니다. 여기서 비추어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유명한 말인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음미해보시면 그 의미가 다가올 것입니다. 과거의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현재에 비추어서 그 의미를 다시, 그리고 새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과거에 물리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의미적인 영향은 줄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