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서로 짝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종종 있다. 가령 낮과 밤, 남자와 여자, 여름과 겨울 같이 말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해와 달이다. 해와 달이 서로 짝인가?
한 번쯤은 누군가를 마음에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상태에서 서로를 품는 것 말고, 짝사랑 말이다. 나도 당연히 그랬던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지인이 나에게 머그컵을 선물해준 적이 있다. 커플 머그컵 세트였다. 커플이 되기를 기원하는 다소 장난 섞인 선물이었다. 그 머그컵 세트는 모양이 특이했다. 하나는 초승달 모양으로 한쪽 면이 푹 들어가 있었고, 하나는 일반적인 둥근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 덕분에, 두 머그컵은 서로 딱 붙을 수가 있었다. 그 모양을 보면 꼭 조랭이떡 같기도 했다. 커플의 한쪽은 해를, 한쪽은 달을 상징하는 듯했다. 뭐 아무튼 그런 모양의 커플 머그잔 세트였다.
그 후로 나는 지인의 뜻(?)을 이어받아, 그 컵에 커피를 마시며 언젠가는 마음에 두던 사람과 함께 이 컵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슬프게도, 나의 바람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질질 끌다 보니, 마음에 두던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나버린 그런 뻔한 스토리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뭐 일단은 선물로 받은 컵이고, 꽤나 쓸만해서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후에도 잘 사용하긴 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야 정말이지 이 머그 세트가 내 신세랑 아주 딱 맞네 아주 기가 막히네!"
해는 항상 달을 비춰주는데, 정작 달은 다른 곳 주변만 빙빙 돌았다.
그랬다. 정말로 나는 해였고, 너는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