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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Jul 05. 2019

난 해와 달은, 서로 짝이 아니라고 생각해



 주변을 둘러보면, 서로 짝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종종 있다. 가령 낮과 밤, 남자와 여자, 여름과 겨울 같이 말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해와 달이다. 해와 달이 서로 짝인가?


 한 번쯤은 누군가를 마음에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상태에서 서로를 품는 것 말고, 짝사랑 말이다. 나도 당연히 그랬던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지인이 나에게 머그컵을 선물해준 적이 있다. 커플 머그컵 세트였다. 커플이 되기를 기원하는 다소 장난 섞인 선물이었다. 그 머그컵 세트는 모양이 특이했다. 하나는 초승달 모양으로 한쪽 면이 푹 들어가 있었고, 하나는 일반적인 둥근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 덕분에, 두 머그컵은 서로 딱 붙을 수가 있었다. 그 모양을 보면 꼭 조랭이떡 같기도 했다. 커플의 한쪽은 해를, 한쪽은 달을 상징하는 듯했다. 뭐 아무튼 그런 모양의 커플 머그잔 세트였다.


 그 후로 나는 지인의 뜻(?)을 이어받아, 그 컵에 커피를 마시며 언젠가는 마음에 두던 사람과 함께 이 컵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슬프게도, 나의 바람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질질 끌다 보니, 마음에 두던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나버린 그런 뻔한 스토리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뭐 일단은 선물로 받은 컵이고, 꽤나 쓸만해서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후에도 잘 사용하긴 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야 정말이지 이 머그 세트가 내 신세랑 아주 딱 맞네 아주 기가 막히네!"


 해는 항상 달을 비춰주는데, 정작 달은 다른 곳 주변만 빙빙 돌았다.


 그랬다. 정말로 나는 해였고, 너는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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