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機械)
기계(機械)
영 machine 독 Maschine
오늘은 기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기계라는 단어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이걸 왜 따로 알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계에 대한 정의를 확장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계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찾기 힘들 겁니다. 그만큼 우리는 기계에 익숙하고, 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가 무엇이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기계의 예시를 들면서 "이런 것들이 기계야"라고는 말하겠지만, 기계가 무엇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약간 어렵습니다. 그럼 기계를 함께 정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계는 우선 도구의 발전된 형태입니다. 거친 예를 들어보면, 망치는 사람이 들고 내려 찍어야 하지만, 프레스기는 전기만 넣으면 알아서 찍어줍니다. 기계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떤 원동력에서 출발해서 적절한 효과를 산출해 내는 조합된 '메커니즘'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라는 개념이 왜 철학 용어 사전에 들어가는가?라는 의문을 품으실 텐데,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주의, 실증주의 등이 모습을 드러내던 17세기에는 물리학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계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자연 역시 '거대한 기계'로 생각이 확장됐습니다. 자연은 어떤 원동력(태양이든, 생명이든)에서 출발해서 스스로 생장(적절한 효과)하며, 그 조직들에게는 일정한 원리(메커니즘)가 있습니다. 위의 기계의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간과 동물 역시 일종의 기계라는 말도 나오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파격적인 기계의 정의에 대한 확장에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곧바로, "인간이 왜 기계야?!"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래서 20세기에는 이런 기계에 대한 비판이 일게 됩니다. 이 비판은 기계 때문에 생겨나는 인간의 소외, '기계적인' 실존에 의해서 파괴되는 인간성 등입니다. 기계적인 실존에 의해서 파괴되는 인간성이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으니,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실존이란, 쉽게 말해서 자신이 존재함입니다. "난 당연히 살아 있지!"라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마음 깊숙하게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그런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밖에 없는 나의 숭고한 존재가, 사실은 그저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불과하다면? 네, 곧 인간성의 파괴겠죠? 인간성이 비록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을지라도 말이죠.
"모든 것은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것뿐이다."라는 주장은 사실 고대에서부터 있었습니다. 유물론적인 입장에 선 철학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세상은 그저 물리법칙을 따르는 물질적인 공간일 뿐이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논쟁을 낳았습니다. 막말로 세상은 그저 물질이냐 아니냐라는 떡밥만 뿌려지면 어디서든 싸움이 날 정도죠.
말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글에서는 기계의 정의를 내려보고, 좀 더 확장을 해보고, 이것이 왜 철학적으로도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