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近代性)
근대성(近代性)
영 modernity 독 Modernität
오늘 알아볼 개념은 근대성입니다. 근대성을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최근 시대의 경향이나 성질 정도로 풀이가 됩니다. 그리고 바로 드는 의문은 "여기서 말하는 '최근'이 어느 정도의 최근인가?" 일 겁니다. 이 질문에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란,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를 뜻한다." 그렇다면, 또 이런 생각이 들겠죠? "그러면 언제부터가 현대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계속 생깁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시대를 구분 짓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발명품의 등장 전후로 나누기도 하고, 어떤 인물, 혹은 어떤 사건을 전후로 나누기도 합니다. 철학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할까요? 철학에서는 어떤 사조(사상)의 등장을 전후로 구분 짓습니다. 근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약간 자의적이기도 하고, 워낙 말썽스러워서, "이것이 근대성이다!"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근대성을 이 정도로는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합리주의, 실증주의적이다. 쉽게 풀어본다면, 너도 나도 동의할만한 것만이 옳고, 직접 경험하고 측량해봐야만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친 것들만 믿을 수 있다는 겁니다.
둘째, 근대적인 인간은 신비로움을 추방하고 세계를 '탈주술화'했다. 쉽게 풀어본다면, 그동안 신비롭게 여겨진 것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하나하나 증명(과학적으로)한다는 말입니다. 쉬운 예로, 과거에는 폭우가 쏟아지면 하늘이 노했다고 생각했지만, 과학적으로 본다면 단순히 물이 증발하고, 구름이 되고, 무거워져서 다시 쏟아지는 것일 뿐, 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연의 단순한 메커니즘입니다. 이렇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되고 나면, 신비롭고 주술적인 것들이 하나씩 해체되는 겁니다. 이것이 곧 '탈주술화'입니다.
셋째, 계몽의 이상이다. 이는 첫째와 이어지는 부분인데, 쉽게 말해서 과학적인 사고방식과 그로 인한 결과물들이 인간들의 사고와 삶을 진보시킬 것이다는 낙관적인 생각입니다. 계몽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면 좋겠지만, 이는 나중에 계몽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가 철학적인 입장에서의 근대성이 가지는 특징들입니다. 그리고 철학사에서는 이 시기를 보통 16세기~18세기 정도로 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철학에서는 인간에게 어떤 새로운 사상이나 가치관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 새로운 시기로 구분 짓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근대의 시작은 인간에게 근대성이 생기기 시작할 때이고, 근대성의 특징은 위의 세 가지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16세기~18세기이다. 잘 이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그럼 현대성은 뭐냐?"라는 물음이 생기실 수 있으니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마무리짓겠습니다. 근대 다음이 현대입니다. 이 현대의 시작은 근대성이 옅어지고 새로운 분위기가 시작되는 지점이겠죠?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근대성이 부정되고 비판되는 시점이 현대의 시작입니다. 거칠에 요약하면, "꼭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야!"가 되겠습니다. 그 시기는 보통 19세기 중반쯤으로 봅니다. 현대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